말보다 먼저 흔들린 마음

고요한 진동의 끝에서

by 배혜린

‘오버한다’는 말은, 마음의 결을 쉽게 잘라낸다.
나는 눈치 빠른 아이였고,
그건 곧 말 없는 검열이 되었다.

영어 시간엔 발음이 더 정확했지만
‘쟤 혀 굴린다’는 말이 두려워
일부러 몇 도 덜 굽은 억양을 택했다.

예쁜 글을 쓰고 싶었지만
‘감성충’, ‘느끼하다’ 같은 말이
감정보다 먼저 내 손끝을 얼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무늬 없는 문장을 써내려 갔다.
울지도 웃지도 않는 글,
나조차 빠져나간 문장.


어느 날,
우울이 말을 걸었다.

우울함은 특별한 게 아니다.
그저 내가 ‘현대인’이라는 증명이겠지.

소리 내지 못한 감정들이
서랍 틈에서 몰래 나오던 밤.

나는 메모장을 열고
작은 빛처럼 내 안을 들여다봤다.

눈물이 흘렀고
웃음이 번졌다.
아무도 듣지 못한 내 안의 나와
그렇게 나는 다시 만났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씁니다.
누군가의 말보다
내 안의 떨림을 먼저 들어주기 위해.

말보다 먼저 흔들린 마음을
살며시 안아주기 위해.

고요한 진동 끝에서,
나는 조금 괜찮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