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다에 사직서를 냈다>

by 배혜린

나는 바다에

사직서를 냈다


월급은 회색이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색맹이었다


퇴사는 버튼이 아니었다

그것은 부풀고 터지는 것,

껍질이 갈라지는 일이었다


쫓기듯 월정리 끝으로

날아가지 못하고

떨어졌다


파도는 내 이름을

왈칵 토했다


내가 삼킨 목소리들이

거품 속에 흩어졌다


사직서는 종이가 아니었다

목젖에 박힌 비린내였다


그걸 토해낸 뒤

나는 조용히, 짜듯 울었다


바다는 물이 아니라

무게였다

무시무시하게 투명한

모든 것보다 무거운 없음이었다


나는 그 없음 위에

몸을 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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