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지 않기 위해, 나는 떠났다

아주 오래 견디던 사람의 이야기

by 배혜린

나는 오랫동안 실무자였다.

서류만 만지는 자리가 아니라,

신입 교육부터 온보딩, 팀 프로세스 설계와 운영까지 조직의 흐름을 맨손으로 만드는 사람이었다.

‘이 사람이 없으면 시스템이 안 굴러가요.’

그 말 뒤에 숨은 무게를 나는 오래 견뎠다.

그런데도, 늘 ‘을’의 자리 같았다.

조금 더 조심스럽게, 조금 더 예의 바르게.

상사의 감정 기복, 팀원 사이의 균형,

고객의 목소리까지—

모든 건 나를 통과해 흘러갔다.

언제나 실무도, 감정도, 내가 정리했다.

힘들어서 그만둔 게 아니다. 무력해서였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 구조 안에서는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아버렸을 때부터였다.

급여는 밀리고, 존중은 지워지고,

매일같이 마음이 조금씩 금이 갔다.

나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나는 여기서 부서졌고,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퇴사는 도망이 아니라 살기 위한 선택이었다.


어떤 자리에서도

내가 사람이라는 걸 잊지 않기 위해

내가 나를 지켜야 했던, 아주 조용한 이별이었다.


지금도 가끔,

내 이름이 아닌 무언가로 불렸던 날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다짐하듯 되뇐다.


“나는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사람이다.”


말을 되새기며,

나는 조금씩 내 삶의 중심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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