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나 씨, 회의 끝나고 나랑 잠깐 얘기 좀 할까요?”
팀장님의 그 한마디가 시작이었다.
그날 이후 미나는 회사에서 사람이 아니었다.
투명 인간도 아니고, 그냥… 아무도 더블클릭하지 않는 방치된 파일 같았다.
그리고 3주 후, 진짜로 삭제됐다.
“진짜 완전 인생 로그아웃이네…”
책상 정리는 없었다.
인사 통보는 메일 한 통.
인사평가에 따른 구조조정이라는 말에 항의도 못 했다.
‘밝긴 한데 실속 없어.’
화장실에서 들은 누군가의 말이 귓가에 남았다.
그게 미나의 마지막 평가였다.
“괜히 회의 때 분위기 띄운다고 떠들었나…?”
미나는 어릴 때부터 어색한 공기를 못 견디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먼저 웃고, 먼저 어색함을 채웠다.
남들 웃을 때 같이 웃고, 침묵할 땐 나서서 채우던 사람.
그런 미나는 결국 ‘가볍다’는 이유로 잘려 나갔다.
가볍게 보이려 애쓴 적 없는데도, 사람들은 늘 그걸 먼저 봤다.
그 후 3주간 미나는 침대와 합체된 삶을 살았다.
아침도 밤도 없고, 끼니도 무의미했다.
시계를 안 본 지는 오래였고, 마지막으로 사람과 말 섞은 기억도 가물가물했다.
OTT 드라마는 그냥 배경음이었고 유튜브는 유일한 대화 상대 같았다.
카톡은 켜봤자 읽을 메시지도 없었다.
누가 나를 찾지 않는다는 게, 슬프면서도 이상하게 편했다.
어느 순간부터 알고리즘이 이상해졌다.
힐링 브이로그, 감성 먹방, 혼밥 레시피, 반려 식물 키우기…
한 번도 검색한 적 없는 영상들이 줄지어 떴다.
그러다 딱. 손가락이 멈췄다.
〈현준의 달콤한 집밥〉
‘먹으면서 만드는 생크림 크림파스타’
“…뭐야, 집밥 유튜버?”
조회수… 10? 이상했다. 알고리즘이 이런 채널을 추천할 리 없는데.
…근데, 썸네일 속 얼굴이 너무 잘생겼다.
“잠깐만, 이건 그냥 한번… 확인만 해보는 거지.”
별 기대 없이 영상을 클릭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진짜 맛있는 파스타 만들어볼게요.”
낯선 얼굴. 그런데 이상하게 끌렸다.
억지스럽지 않은 밝음.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혼자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영상은 따뜻했고, 자막 센스도 귀여웠다.
[Tip! 생크림은 계량에 맞지 않아도, 취향대로! 나 좋자고 하는 요리니까요.]
그 문구에 피식 웃고 말았다.
자기 얘기 같아서, 아니면 괜히 위로받아서.
영상이 끝났을 땐 생각보다 마음이 조금 나아 있었다.
그렇게 미나는 무심코 ‘좋아요’를 눌렀다.
다음 날.
김미나 무기력 모드 탈출 미션 1단계—집 앞 카페 출격.
머리는 안 감았고, 정신은 여전히 로그아웃 상태.
커피라도 마시며 사람 사는 냄새를 맡아보자는 심산이었다.
카페에 들어선 순간.
그 유튜브 속 파스타 만들던 그 남자.
지금 계산대 앞에서 커피를 고르고 있었다.
미나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영상보다 조금 더 마르고, 조금 더 무표정한 얼굴.
‘진짜 그 사람 맞네…’
망설이다가 미나는 살짝 다가가 입을 뗐다.
“줄… 서계신거에요?”
그가 고개를 돌려 미나를 바라봤다.
짧은 눈맞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그는 휙—자리를 옮겨버렸다.
“…뭐야. 진짜 싸가지 없네.”
그 말은 작게 새어 나왔다.
민망함과 당황스러움이 뒤섞인 목소리였다.
그날 밤.
미나는 다시 ‘현준의 달콤한 집밥’을 틀었다.
그는 오늘도 웃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 미소가 괜히 서운했다.
“영상 속에선 저렇게 웃는데…현실에선 왜…”
미나는 조심스럽게 ‘좋아요’를 눌렀다.
이번엔 이상하게 마음이 쓰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