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만나게 된 마음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나선형 계단 같은 거라고 생각해.
겉으로 보면 제자리를 빙빙 도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는 조금씩 높이를 달리하며 올라가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다시 마주쳤을 때, 그건 단순한 반복이 아니었어. 더 깊은 이해를 품은 귀환이었지.
나의 찬란했던 이십 대는 너라는 태양으로 비로소 완성되었어. 사랑이 무어냐 의심하던 내게도 너란 사랑이 있었어.
우리는 무모해. 계산하지 않았어, 이성적이지도 않았어. 상처받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다시 손을 뻗었잖아. 그게 사랑이라면 사랑이겠지.
오직 너만을 위해 건너간 긴 거리를 나는 후회하지 않아. 그 거리는 지도 위에 없는 거리였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닿기 위해 건너야 하는 내면의 사막 같은 거. 나는 도착했고, 갈증은 끝났어.
작고 조용한 이 도시를 오로지 너의 흔적 때문에 사랑해.
무채색의 도시에 너라는 물감이 색을 칠해. 너와 내가 걸었던 골목, 너와 내가 머무른 건물, 우리가 느낀 바람.
온통 너로 가득한 그 찬란한 햇빛을 나는 사랑해. 누군가에겐 그저 따가운 햇볕일 뿐이겠지만, 내게 그 빛은 네 이름으로 도착했어. 세상이 한 점으로 수렴하는 기분이었어. 나의 모든 감각이 너라는 방향만 가리키는 나침반이 되었으니까.
나는 나의 세계를 버렸어. 내가 알던 거리들을, 내 이름을 아는 사람들을, 익숙한 공기를 모두 두고 왔지. 이 도시에 나를 아는 이는 너뿐이야.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행복해. 아니, 이상한 게 아니야. 이게 진짜 나인 거야. 버린 게 아니라 선택한 거야.
나의 세계를 기꺼이 버린 나를 너는 너의 세계로 품어주었잖아.
사람들은 물어.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냐고. 사랑받고 있다고 어떻게 믿냐고.
나를 향해 곤두선 너의 모든 신경들이 말해주고 있어.
내가 방에 들어서면 너의 시선이 나를 찾는 거. 내가 말하기 전에 네가 내 기분을 알아채는 거. 네가 나를 안을 때 그 팔에 실리는 힘의 정도.
그런 것들이 증명이야.
내가 모든 걸 버리고 너를 선택한 이유?
그냥 너로 충분한 거야. 다른 이유는 필요 없어. 너라는 이유 하나면 돼.
너에게 모든 사랑을 주고 떠났기 때문에 네가 없는 내가 그렇게 차가웠을까. 사랑도 사람도 모른 채 냉정하게 살았을까.
나의 온 마음과 신경이 여전히 너에게 가 있어서 다른 이에게 줄 여유가 없었을까?
이 벅찬 심정을 표현할 길이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렇게 글로 쓰고 또 쓰는 것뿐이야.
말은 늘 부족하고, 언어는 늘 배신하지만, 그래도 쓰지 않으면 이 마음이 가슴안에서 터져버릴 것 같아.
내 이마에, 내 눈에, 내 입술에 입 맞추던 네가 얼마나 그리웠는지. 나를 바라보는 그 다정한 눈이 얼마나 바라보고 싶었는지.
무작정 너를 껴안으며 입맞춤을 요구하던 내 모습을 너 역시 그리워했을 거야. 아마 그랬을 거야. 그래서 지금 우리가 함께 있는 거야.
오래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았어. 그래서 아는 거야, 이게 진짜라는걸. 너는 이제 알아. 나도 알아.
이 작고 조용한 도시에서 너와 다시 사랑하게 됐어. 돌고 돌아 다시 만난 이 자리가 꿈인지 깨어 있는 건지 구분이 안 될 만큼 행복해.
도시는 여전히 작고 조용하지만, 내 안은 너로 가득 차서 우주처럼 팽창했어.
세상은 이제 이 도시고, 이 도시는 너고, 너는 햇빛이야.
우리는 여전히 무모해. 그런데 이제는 알아. 이 무모함이 얼마나 귀한 건지.
나는 후회하지 않아. 내가 알던 모든 것을 두고 온 것도, 낯선 도시에서 오직 너만을 아는 사람으로 사는 것도.
이제 갈증이 끝났어. 오랫동안 목말랐던 내가 마침내 물을 마신 거야.
이 도시에서, 너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