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에서의 3년

by 산책

올 초부터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가 시행된다고 작년 말 안내를 받았다. 처음 날짜가 많이 남았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시행일이 가까워오면서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냉장고에 안 먹고 치워 둔 음식들, 저걸 얼른 처리해야 하는데.

장을 조금씩 보는 편이다. 차가 없기도 하거니와 대형 마트에 가서 대량으로 음식을 사는 건 휴가를 가거나 명절이 다가올 때뿐, 그마저도 대량의 범위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어쨌든 양 손 가득 장을 봐 오는 경우는 드물다. 김치 냉장고가 없다. 해서 냉장고에는 한 계절을 차지하는 김치 통 하나를 제외하면 딱히 가득한 뭔가가 없다. 그래도 여기저기(특히나 친정)에서 받아 온 것들이 냉동실을 서서히 채워나갔고, 마침내 결단의 시간이 다가왔다. 때는 12월 31일, 내일부터 새해가 되면 음식물 쓰레기는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려야 한다.

얼린 과일류들(망고, 홍시, 딸기)과 일 년 전에 받은 돼지등뼈, 반년 전쯤 넣어 둔 생선들이 차례로 나갔다. 얼어 있던 음식들은 묵직했다.

몇 년 전 시어머님의 짐 정리 이후, 집에 특히 냉장고에 뭔가를 넣어두는 걸 꺼려하게 되었다. 30여 년을, 그러니까 이 아파트에 첫 입주민으로 들어오셔서 단 한 번의 이사도 없었던 어머님의 짐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장식장이니 TV 장, 소파 같은 큰 짐들을 버리고 그 안에 들어 있던 세간을 꺼내니 한숨이 나왔다. 6개월이 된 작은 아이를 아기 띠에 업고 매일 버리러 갔다. 제일 난감했던 건 냉장고 속이었다. 봉지마다 들어 있는 음식들, 통에 담긴 음식들을 꺼내니 냄새도 냄새지만 무게도 만만치 않았다. 600리터쯤 되는 냉장도 안에는 끝도 없이 음식이 들어 있었다. 특히나 냉동실 속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음식 뭉치가 비닐봉지와 얽혀 쌓여 있었는데, 나중엔 비닐이 벗겨지지 않아 이것들을 종량제 봉투에 마구 담았다. 아깝다고 쌓아뒀을 것들, 애들 오면 주려고 남겨둔 것들, 언제고 먹어야지 했던 것들. 그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 음식은 떡이었다. 어머님은 떡을 좋아하셨는데, 철마다 쑥떡이니 현미 찰떡이니, 가래떡 같은 것을 해서 냉동실에 얼려두셨다. 당신의 아들은 그렇게 떡을 즐겨 먹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냉동실에서 3년을 적어 내려가다 부모는 그렇게 자식 뒤통수만 보다 가나, 싶은 마음이 문득 든다. 열어봐 주길, 녹여주길, 거두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염없이 차가운 냉동실에서 기다리는 그것들이 마치, 지금은 세상을 떠난 이의 모습 같네.

냉동실에 오래 두면 냄새 베이는데, 냉동실에도 세균이 산다는데, 오래된 냄새를 풍기게 거기 둘 게 뭐람. 자식이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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