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이 여섯 갈래로 나눠져 있는 것을 이제 알았다. 단풍을 묘사할 때 ‘아기 고사리 손 같은’ 이란 말을 자주 들어서인지 단풍잎은 의례 다섯 개의 갈래일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고파가 가져온 단풍잎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데 자세히 보니 그렇다. 아, 이래서 자세히 보아야 한다 말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면 아기의 고사리 손이란 표현은 이제 피해야겠다. 다시 곁눈질로 단풍잎을 살펴본다. 오동통한 갈래 잎이 아기의 손가락을 닮긴 했다. 시원스레 쭉 뻗지 못하고 오밀조밀 모여 있는 것도 그렇다.
단풍나무가 즐비한 거리를 매일 걸어 다니면서도 단풍잎을 처음 보는 것처럼 본다. 우리 동네, 6단지 사잇길이라 내가 부르는 길은 가로수가 단풍나무다. 단풍나무가 도로와 보도를 나눈다. 그리고 단풍나무 사이사이 철쭉이 있다. 여름이면 초록의 잎이 반짝인다. 간간히 여름 단풍이라고 하는, 여름에 붉은 잎을 띄는 단풍나무도 있다. 이 나무는 모두 붉고 노랗게 색을 바꾸는 계절이 되면 다시 초록으로 변한다. 나무의 계절은 여름이 가을이고 가을이 여름이다. 그렇다면 겨울은 봄이 되겠다. 세상에. 겨울에 봄을 품고 있다니. 가장 추운 계절에 온기가 한가득이라 상상하니, 한 겨울의 그 나무를 꼭 껴안고 싶다. 나무의 몸속을 흐르는 따뜻한 물줄기. 손난로가 따로 없겠다.
단풍잎 네 장을 펼쳐 두고 이 글을 쓰는 지금 또한 그렇다. 밖은 스산한 찬 바람에 발가락을 오므리게 만드는데, 노란 불빛 아래 아늑한 나무 테이블 앞에 앉아 글을 쓰는 시간이, 마치 여름 단풍의 겨울 같다. 아무리 차가운 날이어도 따뜻한 물줄기가 흐르는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