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산책
뛰러 나갈 때 마다 진짜, 덥다. 꼭 뛰어야겠니,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럴 때 마다 두 번째 자아는 대답을 않고, 셋째 쯤 되는 자아가 말한다.
‘야아 그래도 오늘은 바람도 좀 불고 뛸 만 해’
넷째가 답한다. ‘오늘 뛰면 레벨 업?’
그러다보면 꼬득이던 첫 째가 나이키 앱을 열어 레벨 업까지 몇 킬로미터 남았는지 본다. 침묵하던 둘째가 답한다.
‘이제 간다’
어느새 달리고 있는 내 다리. (자아가 몇 개인지 묻지 마세요)
어제 뛰고 들어오니 소나기가 쏟아졌다. 어쩐지 뛰는데 비 냄새가 나더라니. 달도 사라지고.
더위가 식을 만큼 시원하지는 않았어도 그저 물이 하늘에서 쏟아진다 만으로도 마음은 시원해지는 여름 밤.
누군가 배고프다 말하자 우리는 서로 주머니에서 알사탕과 껌 하나, 빵 두 조각, 버터 하나, 옥수수 반개 등을 찾아 식탁에 올리듯, 한 친구의 슬픔에 우리는 자신의 가슴 속에서 각자의 슬픔과 아픔을 꺼내놓았다. 어떤 게 도움이 될 지 몰라 다 꺼내놓고, 그러니까 마음 만은 외롭지 말라고 서툴게 말한다. 언제든 말해, 들어줄게.
잠깐 내린 소나기가 한 여름 더위를 식힐 순 없어도, 마음 만은. 그런 마음들 만은. 위로는 못해도 위안은 되기를. 그런 생각을 하며 달리고 돌아온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