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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 Oct 24. 2021

면담이 필요해

달려라, 산책

비가 오고 있었다. 운동복 위에 비옷을 입으려고 했더니 감자가 제정신이냐며(더워서 못 뛴다며) 본인의 드라이핏 티셔츠를 빌려주었다. 비오는 날도 유용하다고 해서 구입한 아디다스 러닝 캡을 쓰고(방수 야구 모자) 나갔다. 신발은...앞코부터 축축해졌지만 뛰다보면 숨 차고 다리 땡겨서 그까짓 축축함은(사실 계속 찜찜하지만, 그리고 이걸 핑계로 그만 뛸까 싶기도 하지만) 8월 첫 날의 달리기를 멈추게 할 순 없었다.


인생의 한계들, 그어놓은 선들, 넘을 생각도 없었고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영역들이 있다. 앞으로도 많을테고 인지하지 못하고 마칠 것도 많겠지만, 빗 속을 뛰면서 하지 못(않)한 새로운 경험들이 이런 것인가 싶었다.

맨 살에 닿는 빗방울, 땀과 섞인 물방울, 운동화를 적시는 물줄기, 차박차박 소리를 내는 내 발과 그에 맞춰 내뱉는 호흡,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 쉴 때 느껴지는 뜨거운 체온과 다시 달릴 때 맞닿는 바람의 시원함. 그런 것들,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일까 아니면 달리기 때문에 세세히 기억하게 된 것일까. 혹은 이렇게 쓰기 때문에 실재하게 된 것일까.


그런 물음들을 안고 오늘도 뛰었다. 달려서 알 수 있는 것들, 반복되는 같은 동작으로 또렷해지는 생각과 감각이 있다. 생생하게 하나만 남는 그것. (숨 차니까 다른 건 많이 생각하지도 못해...) 나에게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나를 나로 만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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