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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 Mar 02. 2022

SNS 단식

아이폰에서 쓰고 있던 SNS 앱을 삭제했다. 요즘 가장 맹렬하게 붙잡고 있었던 인스타그램, 그리고 일없이 들락거렸던 블로그. 그리고 SNS는 아니지만 역시나 꽤 많은 즐거움을 누리며 쉬는 시간 틈틈이 찾아갔던 유튜브 친구도 안녕. 사실 빈도로 따지면 포털도 만만치 않지만, 검색 인류라는 핑계로 일단 그것들은 남겨두었다. 트위터는 사용하지 않고, 페이스북은 이미 삭제한 지 좀 되었다. 봄이라서, 새 바람이 불어서, 뭔가 큰 마음을 먹어서는 아니고, 늘 그렇듯 약간은 충동적으로 삭제 버튼을 누르고 나서 이렇게만 그만할 게 아니라 노트북을 켜고 들어가 계정 비활성화까지 클릭했다. 얼마 전까지 친구들과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려면 지울 수 없다고 했던 인스타그램이 아니던가. 나는 요즘 핫한 무엇을 놓치게 될까, 낯 모르는 이들과 가볍게 나누던 일상과 대화가 사라질까, 어떤 사회에서 고립될까? (모르겠다)


SNS가 재미없어진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시간을 보내고 정보(라고 불러야 할 것인가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할 일이지만)를 얻기에 이만한 게 또 없었다. 동네에 새로 생긴 상점들, 새로 열리는 전시회, 뭔가 굉장한 신문물처럼 보이는 용품들과 가지 않아도 볼 수 있는 세계 각국의 오늘까지. 그러니까 이제 흥미를 잃었다면(식욕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로) 별로 큰 결심은 아니었을 이 디지털, 아니 SNS 단식을 헤비 유저도 인플루언서도 아닌 내가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묻는다.


일단 과도한 도파민의 분비로 늘 멍한 상태의 뇌가 있었고, 그렇게 흘려보낸 시간이 있었고(어느덧 시계를 보면...), 상대와의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내가 있었다. (대화가 조금만 지루할라치면 손은 어느새 휴대폰으로) 몰아치는 일을 마치고 휴식이란 이름 아래 도파민의 바다에서 헤엄치다 보면 나는 누구이고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를 하루가 이어졌다. 호기심이 넘치고 욕심이 많아서...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해봤다. 그럼에도 먹히지 않는 또 다른 내가 있었다. 그러니까 어쩌면 이 모든 것은 충동적이었다기보다는 이런 일련의 상황들이 맞물려 단식 버튼을 눌렀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보는 것에만 시간을 보낸 건 아니었다. 쓰기도 많이 썼는데(그간 인스타그램 피드가 1000개가 넘었더군!) 이 또한 궁금했다. 나는 어디에 그렇게 떠들고 싶었던 걸까. 손바닥 만한 아이폰 화면에 손톱보다 작은 글씨로 깨알같이 적었던 일상과 생각들은 누구의 검열과 인정을 받고자 했던 걸까. 물론, 누군가는 내가 쓴 일기에 위안을 얻고 용기를 얻고 함께 달리기를 시작했다고도 했지만, 그렇게 선한 영향력만 존재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한 달쯤 혹은 석 달쯤 지나야 풀릴 의문들인데, 삭제한 지 3일 된 지금은 알 수 없다. 작심 3일이란 고유 명사처럼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일단 시작했다. 설령 간헐적 단식이 되더라도. 디톡스 정도는 되겠지. (다이어트는 매해 하는 결심인데, 이제는 디지털마저도 이렇게 결심해야 한다니. 세상살이란...)


사진을 찍어도 어디 올릴 데도 없고…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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