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완벽한 원을 그리는 시간

일상의 단상 #07

by 레터B
어쩌면 어떤 존재들은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대신, 더 긴 하루를 살아가도록 만들어진 건지도 모르겠어. 천천히, 자기만의 리듬으로 가장 단정한 궤적을 그리기 위해서.


금성은 하루가 243일이나 걸릴 정도로 태양계에서 가장 느리게 도는 행성이래. 그래서 적도에서의 자전속도는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할 만큼 느리다고 하더라. 게다가 다른 행성들과는 반대 방향으로 돌아서, 금성에서는 해가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진대.


이렇게 느리고, 남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돌고 있지만 금성은 밤하늘에서 태양과 달 다음으로 가장 밝게 빛나는 천체라고 하더라. 더 놀라운 건, 금성이 태양을 도는 궤도가 태양계 행성들 가운데 가장 완벽한 원에 가깝다는 사실이야. 속도는 느려도 흔들림 없이, 자기 자리를 지키며 끝까지 원을 완성해 나가는 행성이라는 거지. 어쩌면 옛날 사람들도 이런 금성이 아름답게 느껴져서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 비너스라는 이름을 붙였는지도 모르겠어.


이 이야기를 알게 되고 나서 나는 네 생각이 났어. 속도가 느릴 수도 있고, 방향이 남들과 달라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게 곧 잘못이라는 뜻은 아니라는 걸 말이야. 어쩌면 어떤 존재들은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대신, 더 긴 하루를 살아가도록 만들어진 건지도 모르겠어. 천천히, 자기만의 리듬으로 가장 단정한 궤적을 그리기 위해서.


금성이 자기만의 긴 하루를 건너 언젠가 반드시 태양을 마주하듯이, 나는 너도 지금 네 시간 안에서 분명히 네 꿈을 향해 가고 있다고 믿고 있어. 지금은 다른 별들이 더 앞서 빛나는 것처럼 보여도, 너는 너만의 궤도 안에서 이미 충분히 빛나고 있어.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자. 네가 시작한 이 궤도의 끝에 도달해 가장 완벽한 원을 그릴 때까지, 나는 늘 같은 자리에서 너를 응원하고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