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일상의 단상 #06

by 레터B
우리는 위로라는 이름으로 너무 쉽게 희망을 말한다. 하지만 어떤 순간의 사람에게는 희망은 멀고, 오히려 현실을 외면하는 말처럼 들릴 때도 있다.


우리는 누군가를 위로할 때 너무나 쉽게 힘든 순간은 금방 지나갈 테니 힘내라고, 다 괜찮어질 거라고 말하곤 한다. 이런 말들은 대개 나쁜 마음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를 향한 가장 빠른 응원의 방식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친절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랬다. 누군가가 힘들어 보이면 무엇이라도 붙잡아주고 싶은 마음에 그런 말을 건네곤 했고, 나 또한 비슷한 위로를 심심치 않게 들으며 살아왔다.


한동안 아주 지독하게 무너져 있던 시기가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출근했고, 사람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지만, 문득문득 찾아오는 현실감이 나를 아주 깊숙한 곳으로 가라앉혔다. 힘들어하던 내게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니 힘내라고 말했다. 그 말들은 따뜻했지만, 동시에 어딘가 공허했다. 마치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잠깐의 흔들림일 뿐인 것처럼, 조금만 참고 견디면 해결될 일인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렇기에 힘을 내라는 말은 아직은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데, 벌써 앞으로 걸어가라고 등을 떠미는 말 같았다.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 또한 아직 괜찮지 않은 오늘을 너무 쉽게 지나쳐버리는 것처럼 들렸다. 정작 나의 하루하루는 그대로였고, 마음은 제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는데 말이다.


그러다 어느 날, 내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멈춰 있던 순간에 한 사람이 내게 조용히 말했다. ”힘들 거야. 그러니 너무 억지로 힘낼 필요 없어. 그냥 가만히 있어도 괜찮아.” 놀라울 만큼 단순한 말이었다. 무언가를 해결해 주겠다는 약속도 아니었고, 상황이 곧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덧칠하고 있지도 않았다. 그저 내가 힘들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해 주었다. 마치 지금의 나는 애써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된다고, 무너진 모습도 자연스러운 거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의 그 말은 내게는 그 어떤 격려보다 위안이 되었다. 나는 처음으로 숨을 조금 길게 내쉴 수 있었다. 무언가를 당장 해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 지금은 주저앉아 있어도 된다는 허락이 오히려 나를 버티게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위로라는 이름으로 너무 쉽게 희망을 말한다. 하지만 어떤 순간의 사람에게는 희망은 멀고, 오히려 현실을 외면하는 말처럼 들릴 때도 있다. 정말 필요한 위로는 힘을 내라는 요구가 아니라, 힘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인정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힘이 들어 멈춘 사람에게 필요한 건 “힘내”라는 말이 아니라, 잠시 멈춰 있어도 된다는 말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