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기도
네 삶, 네 인생은 누군가의 기도로 이루어져 있단다.
처음엔 마냥 종교적으로만 들렸었다. ‘누군가의 기도라니, 그렇다면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서 내 모든 삶을 친히 관할하신다 이건가.’ 싶었다. 내 인생은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것이며 하나님, 신의 도움을 포함한 어떤 도움이 없이도 잘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유난히 기운이 없는 날이었다. 뜨거운 햇볕도 한 몫 했지만 심리적으로 괴로워서 더 힘들었으리라. 누구와 즐거운 이야기를 해도 그 순간뿐, 혼자만의 굴을 파고 깊이 깊이 들어가는 그런 날이었다. 하려던 일도 다 내려놓고, 쏟아지려는 눈물도 삼키면서 걷는데 반가운 뒷통수가 보였다. 마침 반가운 뒷통수의 주인공이 내게 전화를 했고 저녁으로 피맥이나 때리기로 했다. 정말 신기한 것이, 밥 생각이 전혀 없던 내가 이야기를 하다보니 배고픔을 느끼고 있었고 이야기할 힘도 웃을 힘도 없던 내게 열정적으로 이야기할 힘이 솟아났다. 그-반가운 뒷통수의 주인공-가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했느냐, 그것도 아니다. 그냥 서로 이야기하고, 듣고 그러다가 내 안의 무기력이 사라지고 에너지가 솟고. 결국엔 오늘 하루 중 가장 활기찬 상태로 헤어졌다.
'네 인생은 너 혼자 저절로 살게된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기도로 이루어진 것이다.’에서의 기도는 사랑하는 사람의 미소일 수도 있고 누군가 정성스럽게 요리한 음식일 수도 있으며 잔디에 누워서 바라본 하늘의 별일 수도 있고 오늘처럼 반가운 뒷통수의 그와 함께한 맥주 한 캔일 수도 있다. 결국 타인의 존재와 그들과의 관계는 한 사람의 인생을 관장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전지전능하신 신이 계셔서 나의 의지와 인생을 통제하지 않더라도 타인의 존재 자체가 나의 인생을 이룬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나를 나로 살게 해주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또 나의 존재가 누군가의 삶을 이룰 수 있다면, 하다못해 누군가의 하루라도 이룰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큰 기쁨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