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으면 대형사고 난다.
내 마음엔 신호등이 있다.
나는 그 신호등을 <관찰하는 나>, <또 다른 나>로 부르기도 한다.
신호등의 역할은 말 그대로
'가도 좋아! 전진!'
'속도 늦춰, 대기!'
'지금 당장 멈춰!!' 라는 신호를 보내주는 것이다.
최근 연말과 송년회라는 핑계로 술을 많이 마시면서 음주 빈도가 점점 늘고,
'아 술 땡겨.' 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혼술도 많이 했다.
이 생활을 2~3주 정도 하니,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금 위험하다. 이런 생활,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
그리고 바로 <재정비>를 위해 제주도로 떠났다. (여행기는 조만간 써야지)
사실 이 신호등 없이도 20년 넘게 잘 살아왔지만,
신호등을 마음에 둔 후로 내 삶이 좀 더 명확해졌달까, 선명해졌다.
특히 이 신호등은 [마음이 허한] 상태를 잘 알려줘서 빠르게 대할 수 있게 해준다.
신호등을 내 삶에 적극 도입한 것은 2018년.
마음 공부에 흥미를 갖고 명상/요가에 푹 빠졌는데, 그때 신호 체계가 차곡차곡 갖춰졌다.
신호등이 없던 때의 삶?
지금 생각해봐도 그땐 지옥이었다.
보통 과거는 미화된다던데, 2~3년이 흐른 지금 생각해봐도 지옥이면 말 다 했지.
어렴풋이 '내 상태가 영 별로구나.'라는 걸 느끼긴 했지만 그게 어느 정도인지, 왜인지, 그래서 어떻게 빠져나와야 하는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내가 그때 생각할 수 있었던 건 단순한 도식뿐이었다.
지금 상태 = Bad
→ Good 하게 만들자 !
'나를 Good 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무엇인가?'
'돈 벌고 쓰기, 그리고 술.'
그래서 미친듯이 일하며 돈을 벌었고, 그 돈으로 술을 많이 사 마셨다. 돈도 많이 썼다.
그때 내가 간과한 건, [Bad → Good (by.돈, 술)] 의 단순한 구도가 아니라는 것.
돈과 술은 사실 이런 cycle, 수렁 속으로 나를 빠트릴 뿐이라는 걸 간과했다.
돈과 술이 만들어준 좋은 상태라는 건 정말정말 한순간이기 때문에 오래가지 않고,
빈도를 늘리면 늘릴수록 Wore, Worst의 상태로 나를 끌고 갔다.
그걸 한참 지난 후에야 깨달았고, 가끔 에너지가 떨어지면 그 뼈아픈 깨달음마저 잊곤 한다.
2~3년은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나중엔 술을 마실수록 늪에 빠지니, 주사가 생겼다. 울고, 사람과 사랑을 갈구했다.
나도 방치한 나를 누군가가 살뜰하게 챙겨주길 바랐다.
내가 사랑을 갈구하니, 역설적이게도 모두가 내게서 사랑을 걷어냈다.
신(을 믿진 않지만)이 있다면, 이게 바로 그의 한 수였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발악해도 허기가 진다? 발악할수록 더 공허해지는 것 같다?
아무리 정신 나간 알콜중독자라도 3년쯤 해도 안 되면 '뭔가 잘못됐구나!'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원점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되짚어봤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며, 난 정확히 그 방향을 추구하고 있는가?
답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사실 지금도 잘 모른다.
하지만 딱 하나 분명했던 건,
공허함/외로움을 [없애기] 위해 무언가를 [반복적/강박적]으로 한다면, (특히 술,술,술)
그건 잠시 멈춰야 할 때라는 것.
그 기준 하나는 제대로 세웠다.
이게 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이자 글을 쓰는 이유.
신호등의 시그널을 좀 더 민감하게 감지하기 위함이다.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시그널이 있겠지. 그게 뭐가 됐든,
빨간불 / 갑작스런 통증 / 경고등 같은 위험 신호가 감지된다면 잠시 멈춰야 한다.
멈추고, 재정비하지 않으면 큰 사고를 겪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