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2019년 회고
인생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들 한다.
나의 2019년은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하는,
그 어떤 계획도 목표도 없이 '마음 땡기는대로' 1년을 보냈다.
그래서인가, 저 통념을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과연 마음 땡기는대로, 무계획으로 살면 헛된 삶을 살게 될까?
그래서 한 번 정리해봤다.
마음 땡기는대로 산 나의 2019년은 과연 어땠을까?
2019년에 새로 시작한 것, 이룬 것들 중심으로 회고해보았다.
수영을 배우자고 결심하고 물 공포증을 떨치기 위해 수영장이 있는 호텔로 신나게 놀러다녔다.
사실 호텔이 좋아서 놀러간 거지만.. 여튼 덕분에 물에 얼굴 정도는 담글 수 있게 되었고,
수영 배우러 다니면서 물에 둥둥 떠있는 기분을 좋아하게 됐다.
패기롭게 더 깊고, 차가운 바다까지 진출했다. 아주 초보 수준이긴 하지만 프리다이빙 자격증도 땄다.
내 인생에 물에서 노는 걸 좋아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요즘 나는 머리가 터질듯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물에 둥둥 떠있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의 벽 하나를 넘긴 기분이다.
연말에 시작한 거지만, 월~금 매일 아침 출근 전에 헬스장에 간다.
아직은 운동의 기초도 모르고, 체력도 바닥이고 해서 주3회 pt를 받는다.
<근육 운동 가이드>라는 책을 보면서 운동 복습을 하는데,
어떤 근육이 어떻게 자극을 받는지 알고 운동하니까 엄청 재미있다.
'오늘 코치님이랑 한 운동은 삼두운동이구나. 오늘 삼두 잘~ 먹었네.'
'열심히 운동해서 삼두 조져놨는데, 술 먹으면 근손실오겠지?'
내 수준으로는 기가 차고 어이가 없는 이런 발언들을 서슴지 않으면서 열심히 운동하는 중이다.
이왕 하는거 앞으로 혼자서 루틴도 짜고, 중량도 올리고, 몸도 만들 수 있는 수준으로
깊게, 신나게, 꾸준히 해야지.
회사 다닌지 어언 3년째..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총괄한 적은 있긴 했지만
결국 실행까지 가기 위해서는 여러 번의 보고, 검토, 피드백을 반복해야 했다.
물론 이 과정은 당연히 거쳐야 한다. 모든 걸 홀로 결정할 수 있는 수준이 되려면 좀 더 나를 갈고 닦아야 한다.
그래서인지 '네가 결정하고, 피드백이 필요하면 요청해라.'라는 말이
아주 새롭고 충격적이었다. 사실 좀 신났다.
나의 판단에 의해 일을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그 [신뢰]가 크게 와닿았다.
'계획은 약간 부실할지 몰라도, 회고는 늘 진행하는 우리 팀의 문화가 이렇게 도움이 되는 걸까!'
오만가지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되는 말이었다.
+) 그 책임 때문에 거만해지거나, 허덕이지 않기 위해 나를 갈고 닦는 중.. 왕좌를 쓰려면 무게를 견뎌야..
사진은 많이 찍는 편이었지만, 본격적인 흥미를 갖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필름카메라도 구입하고 사진집도 처음 사 봤다.
사진을 엽서로 쓰는 게 좋아서
사진을 마구마구 찍고 엽서도 마구마구 쓰려고 필름카메라를 샀는데
생각보다 사진을 찍는 행위 그 자체가 점점 즐거워진다.
내가 감탄하는 포인트부터 나만의 구도, 색감을 찾아가는 중이다.
2020년, 나는 어떤 사진을 찍을지 궁금하다.
비폭력 대화, 이름만 보고 든 생각은
'그럼 이걸 배우러 가는 사람들은 폭력 대화를 한다는 거야?'
3일 동안 하루종일 이론을 배우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며 실습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공감 대화]를 위한 프로그램이라 느꼈다.
충격적이었던 포인트 3가지.
- 무조건적인 동조가 공감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 누군가가 진심으로 공감해줄 때, 사람은 자기도 몰랐던 이야기를 하게 된다.
- 오래 묵혀둔 진심은 눈물과 함께 나온다.
올해 제주도만 3번 방문했다.
4월 봄에, 8월 여름에, 그리고 12월 겨울에.
2018년 12월까지 치면, 1년 사이에 제주도만 4번 방문했다.
여행 경비, 거리 이런 걸 다 떠나서
제주도에만 가면 마음이 편하다.
일상에서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둘 수 있는
딱 알맞은 장소라서.
갈 때마다 새롭고, 가도가도 갈 곳이 차고 넘친다.
가을에는 한 번도 안 가봤으니, 다음엔 가을에 가 봐야지.
올해 우리의 조휴일님께서 무슨 바람이 드셨는지, 콘서트로 1년을 도배하셨다.
크리스마스는 조용히 차분하게 보내고 싶어서 마지막 크리스마스 콘서트는 안 갔지만,
음악으로는 검정치마에 미쳐 있었던 한 해.
이어폰으로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라이브의 음색.
첫 콘서트, 첫 소절 듣자마자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옆에 서 있던 사람은 거의 울 것 같았다.
'이래서 콘서트 좋아하는 사람들은 미쳐서 콘서트에 돈을 다 쓰는 거구나!'
강렬한 감상을 남긴 두 번의 검정치마 콘서트.
앞으로 또 언제 콘서트하실지는 모르겠지만.. 매년 조금씩이라도 해주면 좋겠다.
2019년은 역대급으로 염색을 많이 한 해다.
'나무가 되고 싶다.' 라는 강한 충동을 느끼고 머리색을 초록색으로 염색해버렸다.
내가 원하던 색은 스타일리스트님이 극!구! 말리셔서, 적당히 톤다운한.. 그런 색으로 했지만
그렇게 염색을 하고 숲으로 놀러가니 기분이 아주 좋았다.
왠지 가만히 서 있으면 아무도 날 못 찾을 것 같은 그런 기분.
생각보다 탈색한 밝은 머리가 내 언행과 시너지를 일으켜서
차분한 모범생 스타일이 아닌,
발랄하고 상큼한 이미지로 비춰지고 있다.
이 변화가 꽤 맘에 들어서, 머리색은 꾸준히 밝은 색으로 유지하게 될 듯
2019년 1월에 마라샹궈와 마라탕을 처음 먹어봤다.
처음 먹을 때의 그 놀라움이란... 이후로 마라탕을 주기적으로 꼭 먹어준다.
새로운 음식에 시도하는 것은 늘 즐거운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