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내가 의식적으로 떠올리는 생각, 그리고 내가 떠올리려는 어떠한 의사도 없었지만 문득 떠올라져 버리는 생각, 바로 압도적으로 많은 쪽이다.
네모반듯한 신도시의 바둑판같은 생각 말고, 피난길에 생겨나 구불구불 산을 넘는 고갯길과 샛길이 난무하는 구도심 같은 생각은 나의 무의식이란 것이 무질서한 탓이겠다. 거기에 휴가를 앞두고 일을 마무리지어 휴가 동안에는 마음 편하게 쉬고자 오늘의 나를 쥐어짠 탓도 더해서.
‘아 피곤하다’라는 생각, 그리고
‘차라리 집을 가든가’라는 생각
카페 옆 자리에서의 진한 애정행각이 원치 않게도 내 시야에 들어오는 이 순간, 그야말로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이다. 날도 더워 기력 뺏기기 십상인데 이런 생각들까지 나를 괴롭히게 둘 수는 없다.
얼마 전 법정스님의 ‘업장’에 대한 쇼츠 영상을 마주치게 되었다. 내가 하는 생각과 말과 행동이 습관으로 쌓여 나중에는 내가 어찌할 수조차 없게 된다는 말씀이셨는데, 나는 그게 두려웠다. 이미 화를 주체하지 못한 경험이 있었는데, 그때 나의 마음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나의 거친 생각을 다듬고자 나 혼자만의 챌린지를 하고 있다. 나의 생각을 내가 컨트롤해 보자는 것. 나는 다짐했다. 2주간 화를 내지 않기로. 아니 되도록이면 화가 나지 않게 생각을 바꿔보자는 것. 2주간 하다 보면 새로운 습관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생각을 컨트롤하는 습관!
내가 화날 때는 주로 일할 때이다. 나의 계획이 틀어지면 기분이 안 좋아진다. 하지만 나의 계획이 차곡차곡 달성이 되는 경우가 한 가지 경우의 수라면, 계획이 틀어지는 것은 그보다 훨씬 많은 경우의 수가 있을 것이다. 스님의 영상을 떠올리며 화가 조금 나려고 하는 순간 도리어 감사를 외치며 지금 이 순간이 내 업장을 소멸시킬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으로 화에게서 나의 주의를 돌렸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모닝페이퍼와 일기를 쓰면서 나의 감정과 생각을 주시하면서 기분이 조금 언짢아지더라도 그 감정의 강도가 크지 않았고, 금세 내가 집중하고자 하는 것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그리고 8일째 되는 날. 아침부터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기에 더욱 조심하려고 했다. 이런 순간을 대비해 적어둔 수많은 문장들이 내 마음을 달래주었고, 감사한 것들을 열 가지는 적어가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런데 그런 날이 있지 않나. 세상이 나의 화를 돋우려고 작정한 것만 같은 그런 날. 나의 생각은 분노라는 과녘을 향해 화살과 같이 재빠르게 날아갔다. 결국 짜증을 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두 번째 화살은 나를 향해 쏘아버렸다. 짜증이 난 내 모습이 너무 싫었고, 7일간 나와의 약속을 지켰는데, 이렇게 되어 버린 게 아쉬웠다.
그런데 내가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하고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이유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에게 그렇게까지 중요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돌아보면 나의 호, 불호에 불과한 일들인데, 내 기분에, 내 기준에 좀 거슬린다고 화를 내고 짜증을 낸 것이다. 법정 스님은 과거 절 소유의 토지가 누군가의 농간에 의해 팔리자 크게 화가 나셨다고 한다. 그리고 그 땅엔 건물을 세우는 공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잠까지 제대로 잘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스님은 다시금 생각하셨다. 애초에 절 소유의 토지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니었는데 그 자리에 절이 들어서서 사용을 해왔던 것이라고. 소유했다가 인연이 다해서 나를 떠난 것이라고.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집을 지어주지는 못할 망정 그들의 집을 지어주는 이 소리마저 듣지 못하겠냐며. 그리고 공사장의 현장 근로자들과 그들에게 딸린 식구를 생각하며, 그들 중에는 학비를 내야 하는 학생도 있고, 아픈 환자도 있을 것이라며.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고흐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또한 어떤 사람들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바꾸어준 사람이기 때문이다. 고흐는 말했다. 복권을 사려고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을 무모한 가능성에 기대어 돈을 낭비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가난한 삶에서 한 줄기 희망을 찾아 기대하는 사람들이라고. 고흐는 이들에게 애정과 가련함을 느꼈던 것이다.
애정행각을 한다고 불쾌함을 느꼈던 저 사람들이 다시 보인다.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 이 카페에 커플들이 와서 카페가 계속 영업을 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오랫동안 글을 집중해서 쓸 수 없었던 내가 이곳에서 글을 쓸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메론 소다를 오랜만에 마실 수 있었다. 저 사람들은 참 조용하니 내 귀를 괴롭히지 않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싸우는 것보단 저렇게 사이좋은 게 낫지 않나.
마침 오늘이 그 ‘8일째’가 지난 뒤 ‘8일째’이다. 시간은 저녁 8시, 다행히 오늘은 무난히 흘러갈 것 같다. 이대로 나만의 챌린지는 새로운 기록을 경신할 예정이다. 내가 좋고 싫다고 분별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 생각을 불러 다시 생각을 해 보고자 한다. 사실은 나에게 좋은 것이라고. 혹은 사실은 내가 보지 못하고 있는 게 있다고. 생각의 길에서 길을 잃어버리지 말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