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는 사람들의 진정한 재능

by 프롬지원

​바야흐로 노-오-력이 평가절하당하는 시대다.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상황에 대한 좌절감 혹은 생존하기 위해 좋아하지 않는 일에 노력하며 견디는 것이 지쳐서일지도 모르겠다. 또는 남들과 비교하느라 내 노력의 가치를 보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가 말하는 ‘노력’과 ‘열심’에는 슬픔이 묻어있다. ‘노력’과 ‘열심’이라는 단어도 슬퍼하게 되는 건 아닐까, 왠지 ‘노력’과 ‘열심’을 응원하고 싶어진다.

‘노력’은 ‘몸과 마음을 다해 힘쓰는 것’, ‘열심’은 ‘뜨거운 마음’이다. 그 자체가 열정이고, 사랑하는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이다. 뜨거운 마음으로 살아내는 것, 얼마나 멋있나?

하지만 우리는 너무 지쳐버렸기 때문에 내가 한 그 멋진 노력을 스스로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 나 스스로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반대로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면 나는 슬퍼진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자 하고, 그래서 열심히 살려고 한다. 나는 타고난 재능은 없다. 혹시 나도 모르는 어떤 힘을 나 스스로에게도 숨기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재미로 본 사주에서도 내가 타고난 재능은 노력이라는 말에 혼자 재미를 잃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아쉬워하긴 이르다. 타고난 재능은 없지만 성실한 사람의 인생은 체스에서 폰이 변신하는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다.

폰은 체스에서 사용되는 말의 하나로, 가장 졸병이다. 처음을 제외하고는 한 번에 한 칸, 그것도 앞으로만 갈 수 있다. 다른 기물처럼 대각선 혹은 여러 칸을 동시에 건너뛸 수 없다. 마음이 급해 머릿속은 저 멀리 가 있지만 오로지 한 번에 한 걸음씩밖에 가지 못하는 나와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이런 폰도 체스판의 반대편 끝에 도달하면 다른 기물로 승격할 수 있다. 체스판 끝에서는 더 전진할 수 없기 때문에 승진을 거절할 수는 없는 것이다. 거절할 수 없다니, 너무 멋지다. 타고난 재능은 없어 슬로우 스타터로 시작하지만 결국 내가 계속하는 일에 익숙해지고 잘하게 되는 것이다.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진정 노력하는 자들의 재능일 것이다. 당장은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아 좌절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내 편이 된 안락한 성벽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상위 0.1%와 경쟁할 필요 없이 한 분야라도 잘 수행해 낼 수 있으면 된다. 다양성이 있는 시대이기에 내가 할 수 있는 노-오-력으로도 나는 어느 정도 잘 살아갈 수가 있다.

운칠기삼이라고 운이 7할, 기세가 3할이라고 한다. 인생사 마음대로 되지 않고, 그럴 때마다 괴로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받아들이는 건 분명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만들 수 있는 이야기마저 손 놓고 있고 싶지는 않다. 분명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건 있다. 하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건 나에게 0이 아닐까? 반대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이 나에게 전부일 수 있다. 내 노력 밖의 것은 놓아버리고 내 것이 될 다른 멋진 것들을 발견할 수 있도록 여유를 가지면 좋을 것 같다.

일본의 어떤 야구선수는 운을 좋게 만들기 위해 쓰레기를 줍고, 이를 ‘행운을 줍는다’고 표현한다. 내가 보기엔 그건 운의 영역이라기보다는, 그런 즐거운 생각을 해서라도 좋은 마음을 내어보고, 쓰레기 줍기 하나에서조차 바른 태도를 가져서 자신의 인생과 일에서도 정도를 걷고자 하여 결국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 노력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자기가 내디딜 수 있는 길을 조금 더 넓혀보려는 노력, 행운마저 노력으로 얻고자 하는 뜨거운 마음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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