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려 해도 채워지지 않는다
채운다는 건 한계가 있어야 가능한 말이다
이 욕심엔 한계가 없다
허공에 물을 뿌린다
항아리 밖으로 물이 넘치는데도
물을 쏟아 붓기도 한다
항아리가 큰 게 아니다
내가 눈을 가린 것이다
이미 뚜껑이 굳게 닫혀 있어
채울 수가 없는 것도 있다
그런데도 뚜껑 위로 쏟아 붓는다
쏟을 수 없는 마음을 쏟는다
내 앞에 이미 많이 채워진 달항아리는 두고
멀찍이 남들 보기에 반짝거리는 항아리를 채운다
반짝거리는 항아리가 박수 받는다
이미 많이 채워져 있었다는 반짝거리는 항아리
안대를 벗어 던져버려
달항아리의 물이 말라버리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