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라 긍정회로, 돌려라 긍정회로
우주의 기운도 나를 억까하는 시기
세상이 나를 억까하는 시기가 내게 찾아왔다.
하지만 이번엔 뭔가 다르다. 매우 다르다.
온 세상이 아닌, 우주의 기운조차 나를 억까하는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바야흐로 억까의 시대.
아니, 인생 최악의 불운 시대가 도래했다.
인생의 대박운이 찾아오기 전에는
불운이 한꺼번에 몰려온다고들 한다.
SNS에 올라온 그 게시글 —
‘인간관계에 어려움이 생기고, 악재가 겹치며, 환경이 변하면 대운이 온다’ —
모든 문장이 내 이야기 같았다.
나는 그 글을 보며 생각했다.
지금? 지금인가?
매 순간 최악의 상황이 샘물처럼 터져 나오는 지금이,
혹시 대운의 징조일까?
그렇게 긍정 회로를 180도도 모자라 360도로 돌려봤지만,
결국 시련은 시련일 뿐이었다.
그저 모든 세상이 나를 억까하는 시기.
그리고 이제는 —
우주의 기운마저 나를 억까하는 그 시기가,
죽지도 않고 또 찾아온 것이다.
최근 내 억까 인생 BEST 2
첫 번째.
아기 재우고 씻으려다 변기에 핸드폰을 떨어뜨려 파손.
그다음 주에는 딸이 내 핸드폰을 손으로 내려쳐 또 파손.
그리고 2주 뒤, 수리받은 액정이 불량이라 다시 수리.
비용은 들지 않았지만, 한 달 동안 AS센터만 네 번을 오갔다.
그 모든 일이 한 달 안에 일어났다는 게 포인트다.
두 번째.
퇴사하는 부하직원이 퇴사 리뷰에 나를 저격했다.
“무능력한 상사의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퇴사합니다.”
그는 회사의 내부 익명 게시판에도 내 이야기를 올렸다.
결국 상사는 나를 책망했고,
나는 “죄송합니다” 외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날 이후 자책이 밀려왔다.
내가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매일 밤 눈물로 하루를 마감했다.
사는 게 지옥 같았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너도 그렇게 잘한 건 없잖아.”
퇴사하는 사람은 끝까지 당당했고,
회사에 남은 나는 대역 죄인으로 낙인찍혀버렸다.
그럼에도 나는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내가 부족했고 나로 인해 상처받았다면 너무나 미안하고
이후에는 더 좋은 사람들과 일하길 바란다고.
하지만 퇴사 사건 이후, 나는 나의 모든 게 무너지는 것 같았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나 자신에게조차 위로받지 못했다.
그때는 정말로 세상 모든 기운이 나를 밀어내는 느낌이었다.
자괴감을 넘어 해일과도 같은 자학의 파도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모든 억까의 파도 속에서도 나는 버텼다.
아니, 버티는 법을 배웠다.
이제는 안다.
불운이 쌓이는 건, 어쩌면 운이 모이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우주의 기운이 나를 억까하더라도,
그건 아마도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우주의 실수이자, 선물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다짐한다.
억까의 시대를 지나,
언젠가 진짜 대운의 시기를 맞이할 그날까지 —
나는 또 웃으며 말할 것이다.
“그래, 우주야. 이번엔 나 좀 봐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