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라는 그 진한 흔적
뭇사람들이 부러워하기도 하고 동경하기도 하는 너라는 존재, 그렇기 때문에 나 또한 너에게 욕심을 냈었다.
초라하고 빈약한 내게 너만 있다면, 너를 손에 넣는다면, 네가 나의 것이라면! 그것은 열정도 열망도 아니었으며 나답게 초라한 욕심에 불과했다. 고백해보건대 사실 너를 갖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그래, 돌이켜보면 나는 그 어떤 매혹적인 것에도 크나큰 열정을 보인 적이 없었다. 나를 홀리기엔 그 존재들이 매력이 덜해서 그런 건 결코 아니었다. 그냥 나라는 인간은 무덤덤한 존재에 불과했던 것이다. 늘 멈춰있는 상태에서 정신없이 눈동자를 굴리며 가까이, 가끔은 멀리 '훑어보는' 데에 그치기만 했었다. 다른 이들이 열렬하게 다가가는 것을 보고 가끔은 부럽다는 생각도 해보았으나, 나는 그들만큼 열정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을 매 순간 실감한다. 그러면 이번에 떠나보내야 하는 너에 대해서도 그렇게 이해하면 되는 걸까. 나의 무미건조했던 두 해를 정당화시켜주던 멋진 너는 이제 없다. 나의 역량을 탓하기도, 운을 탓하기도 지치는 일이다. 네가 떠났음에도 내가 이렇게 슬프지 않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너는 나에게 허상이었던 게 아닐까. 손에 넣을 수는 없지만 언제든지 머릿속에서 상상하고 꿈을 꿀 수 있는 대상, 그렇게라도 나의 불안을 풀어주던 것. 너는 떠나갔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잠시라도 희망을 주었던 너를 예쁘게 추억하는 게 맞는 걸까, 마냥 미워하는 게 맞는 걸까. 너는 희망찬 빛을 가진 존재였지만 분명 무거웠다. 무거운 그림자를 지닌 빛이었다. 네가 떠나갔기 때문에 나는 빛을 잃었다. 너와 이별한 날, 나는 웃음을 마음껏 토해냈다. 이별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그렇게 좋진 않을 것이다. 수군거리는 게 먼저일 터, 그래서 일부러 더 웃으면서 나를 보호하려 애썼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연에도 시작과 끝이 있는 법이다. 나는 너의 떠남을 인정한다. 슬프지도 아프지도 않은, 올해의 첫 이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