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운 일

by 프롬노노

2주전 어르신의 소개로 연락을 주고받던 사람이 있었다. 그는 나를 아주 잠깐 본 것 같은데, 내 모든 것을 이미 사랑하는 사람인냥 나를 대했다


와. 이거 너무 부담스러운데-


연인사이에도 잦은 연락과 긴 통화를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만나기도 전에 탈탈 털릴 지경.


하루에 한두번씩 싱거운 내용의 톡을 보내며

내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감정표현에 나는 점점 그 사람이 질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연락이 더 잦아지기 전 빨리 만나서 판단해야 되는건데. 어째 빨리 만날 수 있는 상황이 못 되어 지지부진해질 때 쯤 결단이 내려졌다


자, 내가 쎄했던 상황을 되짚어보자고.


통화할 때의 말투, 불필요한 영어 단어 선택, 억양, 목소리, 혼자 들뜬 듯한 감정선을 내뱉는 방식.

내가 중요하게 말하는 걸 흘려듣는 태도.

약속날짜를 잡은 후 우리동네로 온다면서 만날 장소를 나에게 떠미는 듯한 모습.

둘이 주고받은 대화내용을 일부라 할지라도 어머니와 공유한다는 것.

카카오톡을 할 때의 올드함..


이렇게 생각해보니까 이거 비주얼이 배우급이어도 고민스러운 상황인거잖아?


기본적인 의사소통과 대화법 부터 맞춰나가기에

나는 나이가 많이 들어버렸고, 그런 노력이 버겁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소개해주신 어르신에 대한 예의는 챙겨야하는거 아닌가 싶은 마음에 다시 마음을 다잡고 약속 3일 전에 장소에 대해 물어봤다


그러자 그사람의 대답이 가관-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말

추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는 말

(낼 모레 만나는데 어느 추후? 무슨 추후?)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말해주면 검토해보겠다는 말

...

응?

검토?


아놔

여기서 오만정이 다 떨어져버렸다


그럼에도 너와 내 지역의 중간쯤에서 만나면 좋겠다는 나의 톡이 대화창에 박히자마자

쉬세요. 라는 대화 마침표의 시그널에 나 정말 황당해서 가만히 대화창만 바라보게 되었다

마지막 말초신경이라도 남아있어 쎄함을 느꼈는지 그 사람은 내일통화하자며, 너무 피곤해서 그렇다는 말을 남기며 대화창에서 사라졌다


정말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이군

그런 사람 한번 경험으로 충분하잖아-


더이상의 고민, 생각 없이

소중한 주말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 메세지를 보냈다


적어도 나는 의사소통과 대화법이 기본적으로 맞아야 호감이 생기던가 하는데, 그쪽과는 일반적인 소통이 힘든편인 것 같아 만남이 의미있을 것 같지 않으니 만나지 않는게 좋겠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사람, 끝까지 딴 세상에 계시는 것 같다

너무나 감사하다며

너무나 도움이 됐데

ㅋㅋㅋㅋㅋㅋㅋㅋ


네? 환장하겠더라고..

뭐가 감사하고 뭐가 도움이 됐을까?


어쨌든 덕분에 소중한 내 주말을 지킬 수 있었지만

난 지금도 궁금해.

도대체 뭐가 감사하고, 어떤게 도움이 된거지?

본인도 사실 나 만나는거 고민됐는데 내가 먼저 말해줘서 감사하다는건가?

내 취향을 말해줘서 감사하고 도움이 됐다는 건가?

아니 그럼 안만나는게 좋겠다는 말은 읽긴 한건가?


한 살 연상과의 대화가 이토록 힘들일인가.

1%라도 기대했던 내 자신이 너무 창피했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일 수록 밟지 않아도 똥인지 아닌지를 어느정도 알 수 있게 되어 내 나이에 감사했다

우리 버거운 일은 어느정도 내려놓고 살자고요.



내 맞은 편에 앉을 사람 만나는게

이렇게 힘들어서야 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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