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빵원

by 프롬노노

우리 회사 견적서에는 빵원짜리 항목이 있다.

-설계비 및 3ds 제작비

-현장실측 및 도면컨펌


우리 회사의 주분야는 브랜드 인테리어공사로 그 관계가 랜드로드(백화점,아울렛 등)-브랜드-제작자(공사업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다른 분야의 인테리어 공사보다 더 많은 프로세스가 존재한다. 더 많은 프로세스가 있다는 것은 컨펌 단계가 많다는 것이고, 컨펌 단계가 많다는 것은 수정해야 할 일이 넘쳐난다는 것.(엉엉)

소위말하는 갑이 브랜드라면 임대인(백화점 및 아울렛)은 갑 오브 갑 정도 되시겠다.

관계를 단순하게 갑을병정으로 구분짓고 싶지는 않은데, 우아한 표현이 맞지 않는 관계다 보니 아직은 저런 구분을 버릴 수 없다.


한 매장의 오픈 프로세스는 대체적으로

입점 결정--간담회(컨셉,오픈일정 및 디자인가이드 제공)--현장방문--실측--브랜드협의--평면계획--브랜드 컨펌--입면계획-- 3ds시뮬레이션--브랜드 컨펌--시설도면작성--브랜드 제출--백화점 컨펌

으로 이루어지는데, 브랜드컨펌이 완료되기 까지 8차례의 계획이 오고 갔던 적도 있다.(정말 토나온다 엉엉) 정말 놀라운 것은 브랜드 컨펌이 완료 후 백화점 컨펌 진행시 백화점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눈물을 머금고 브랜드 컨펌단계로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와- 브랜드 인테리어 경력이 전무했던 5년전의 나는 혼돈 그 자체. 흰머리가 반 년 마다 20개씩 늘었다.


어쨌든 한 매장이 오픈하기 위해서는 설계팀 뿐 아니라 시공팀 모두 혈안이 될 수 밖에 없는데, 최근에는 오픈하는 매장마다 새로운 디자인을 계획해야 해서 브랜드공사의 메리트*를 상쇄시키고 있다.


*과거 브랜드공사의 가장 큰 메리트는 정해져 있는 디자인으로 모든 계획 및 공사를 진행하면 되는거라 매 공사가 발생할때마다 계획면/제작면/시공면에서 시간과 디테일을 단축시킬 수 있다. 단축은 곧 절감이다.


제작/시공 전 단계인 과정을 소화하기 위한 행위가 설계/도면컨펌 인데 안타깝게도 우리회사 견적서에서 이 항목에 1원 이상을 기재할 수가 없다. 시간에 쫓겨 자료를 만들고, 그 자료를 가지고 컨펌진행을 해야하는 반드시 필요한 선행과정이건만 그 모든 노고가 한순간에 빵원이 되는 기분은 결코 아무렇지 않을 수 없다.

하여 항목 삭제를 제안하였지만, 여러 이유로 아직 견적서 한 칸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집기 단가에 녹일 수도, 기업이윤을 높일 수도 없는 현실이 더 착잡하지.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았지만 결국 나는 견적서 안에서도 설계의 가치를 존중받고 싶은 것이다.

컨펌과정을 돈으로 환산하라고 하면 환산할 수도 있는데 왜 설계는, 디자인은, 컨펌진행은 서비스여야 할까.


성실한 태도만큼은 1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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