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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이재 Mar 01. 2022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배워야 할 것

[강점멘토레오의 실존주의철학] 삶을 수용해 내는 힘

제가 즐겨 읽는 매일경제 <씨네 프레소>에서는 "내 아들은 괴물이다, 버려야겠다"..아빠는 갓 태어난 자식을 내던졌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조명했어요. (*스포일러가 있어요.)


제가 2005년부터 상담이라는 걸 해왔는데 '결핍'이라는 녀석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다루느냐가 정말 중요한 관건인데요. 결핍에 따라서 천태만상으로 정말 다양한 행동과 정서가 나타나요.


유아기에 부모에게서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하지 못한 사람은 내면에 결핍이 생기기 쉬워요. 애착은 한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뼈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우리 삶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특히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관계에 핵심이에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 주인공 벤자민(브래드 피트)은 태어나자마자 강보에 싸인 채 아버지에게서 버림을 받아요. 그런데 그는 세상을 향한 원망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았을까요?

벤자민은 노인의 몸을 하고 있단 것을 제외하곤 곧잘 살아가요. 중간에 양부모에게 친자가 생기며 잠시 소외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 역시 성장 과정 중의 하나로 잘 넘기며 살아가는데요. 그런 벤자민에게 어느 날 친부 토머스가 찾아와요. 토머스는 벤자민에게 자신이 곧 죽을 것임을 알리며 아들을 버린 과거를 사과하죠.


칼럼을 쓴 박창영 기자는 주인공을 버린 부모가 다시 주인공에게 찾아오는 여타 작품과 비교해 봤을 때, 이 영화는 차별화되는 점을 날카롭게 파악했어요. 보통은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게 왜 이제야 찾아왔느냐며 따지고 원망하잖아요. 당신 같은 아버지 둔 적 없다며 고함을 치거나 당신이 준 돈 쓸 생각 없다며 재산을 거부하는 신(scene)이 나와야 하는데 이 영화는 없어요. 벤자민은 죽음을 앞둔 아버지와 시간도 잘 보내주고, 그가 물려두고 떠난 재산도 잘 쓰며 현재에 집중하며 살아가지요.


벤자민은 어린 시절부터 인생은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여겨온 듯해요. 자신이 노인의 얼굴을 하고 태어난 것은 하늘에 저주를 퍼붓는다고 해서 변하지 않는다는 점, 자신을 버린 부모를 증오한들 그 시간을 되돌릴 순 없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죠.


여기서 우리는 벤자민의 위대한 선택을 반드시 배워야 해요. 바로 '수용하는 삶'인데요. 몇십 년 만에 찾아온 아버지에게 어떻게 그리 뻔뻔할 수 있냐고 묻는 대신, 그런 아버지도 있는 것이라고 그저 받아들여요. 삶을 증오로 허비하는 대신 담담히 살아나가기로 선택한 것이죠.

사실 이렇게 글을 쓴 이유는 저의 제자에게 이 글을 보내기 위해서예요. 그는 어른이 될 때까지 엄마가 죽은 줄로만 알고 살았는데 어른들의 거짓말이었죠. 엄마는 결혼생활과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아이를 버리고 도망쳤는데요. 제자는 그 사실에 모든 분노와 책임을 돌리며 증오로 가득한 삶을 살고 있어요. 바로 지금 여기 현재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벤자민과 같은 수용하는 삶을 살아야 해요.


이 영화에서 몇 차례 반복되는 대사가 있어요. '현실이 싫으면 미친개처럼 날뛰거나 욕하고 신을 저주해도 되지만 마지막 순간엔 받아들여야 한다'라는 말이에요. 그런데 그가 어떻게 그런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까요? 노인의 얼굴을 한 그는 양로원에서 '마지막 순간'을 앞에 둔 사람들과 함께 살았기 때문이에요. 의식적으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를 되새길 필요도 없이, 그는 죽음이 항상 곁에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살았던 것이죠. 머지않아 자신에게도 죽음이 찾아올 것이기에, 상처가 자기 삶에 똬리를 틀도록 허락하는 대신, 모든 사건을 흘려보내며 순간순간을 살아가는 것을 선택한 거예요.

제가 실존주의 심리치료에 심취해있을 때 동네 의료원 응급실에 매일 있었어요. 교수님이 죽음이 가득한 곳으로 가라고 하셨거든요. 소아암 병동에도 일부러 찾아간 적도 있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노인복지에 관심을 가져 독거노인 방문과 요양원 등에서 죽음에 대해 심도 있는 고찰을 했었어요. 그 후 매일 아침 세수를 하며 죽음을 생각하다는 문구를 세면대에 붙여놓고, 실존적 위기를 친구 삼아 살아가고 있어요.


기자님은 끝으로 이렇게 글을 마무리해요.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지 모르겠다며 마음의 생채기를 들여다보느라 인생을 다 써버릴 것인가? 아니면 그런 일도 일어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인가? 말이죠. 지금 이 순간 자신에게 남은 선택지 중 최선을 선택하며 사는 것이야말로 절대 거꾸로 가지 않는 시간을 살아가는 방법임을 벤자민 버튼은 보여준다고 말이에요. 인생에서 수용이라는 강점을 발현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해요.


자료출처

매일경제 <씨네프래소>에서는 "내 아들은 괴물이다, 버려야겠다"..아빠는 갓 태어난 자식을 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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