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순이

그때 그 운동장

by 정온

땡땡—

종이 울리면

우르르 복도로 쏟아져 나간다


신발장에 고이 넣어둔

운동화를 꺼내 신고

엎어질라 넘어질라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듯

한껏 뜀박질이다


운동장은 시끌벅적,

공부는 뒷전,

종 치기만 기다리다

운동장은 콩나물시루 같다


철봉 오르는 순이,

고무줄하는 옥란,

공기놀이하는 화선,

그리고

그중에 으뜸은

고무줄 끊는 석이


모두 쪼르르

운동장으로

헤쳐 모여 노는데


줄줄 흐르는 콧물

소매로 슥슥 닦은 자리에

허연 얼룩이

안개꽃 되어 피어났다


그 자국은

노는데 정신 팔린

동심 묻은 낙서장이었다



이전 19화은하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