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내 안의 실루엣

by 정온

비밀은

윗입술 끝에 걸터앉아

속삭임을 타고 내려와

조용히 돌아선다


나뭇잎 사이로 새어든 햇살처럼

작은 틈새로 빛이 흘러

얼굴에 스르르 얼비친다


다문 입술로

말없이 시선을 피하더라도

그 표정 어딘가에

옅은 인영되어 산다


열쇠를 쥔 마음속 문지기를 따라

걸음을 옮기다

벽에 붙은 거울과 마주 선다


숨겨두고, 잊었다고 믿었던 그 형체가

내 안에서

나를 바라본다


조용하던 비밀은

어느 순간

열쇠를 받아 쥐고

얄팍한 욕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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