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네잎클로버
2020.7.25, 그날의 일기
독립문 동네에서 이곳으로 이사 오고,
낯선 풍경을 마주하며 냇가를 따라 산책을 자주 하곤 했다.
그러다 코로나로 여행업이 멈추고
나의 일상도 멈춰 섰다.
하루에 두어 번 걷는 일이
생활의 리듬이 되었고,
무료(無聊)한 시간을 보내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날, 산책길에서 한 할머니를 만났다.
개울가에 걸터앉아 있던 할머니는
나를 보며 씨익 웃으셨다.
“아나(자, 여기)~”
경상도 말씨로 다정하게 부르시더니
네잎클로버 몇 줄기를 건네주셨다.
마치 오래전부터 나를 알고 있었던 듯
자연스럽게 말을 건네며,
자랑하듯 클로버 가득 담긴 가방도 보여주셨다.
세상에…
그 많은 클로버는 도대체 언제 다 따신 걸까?
손코팅된 것, 곱게 말린 것들이
비닐 파일에 차곡차곡, 수백 개나 담겨 있었다.
“할머니, 이 클로버 다 따신 거예요?”
“그럼, 여기서 내가 다 땄지.”
짧은 대답에 자랑과 미소가 함께 묻어 있었다.
“근데 저한테 이거 주셔도 돼요?”
“응, 너 해.”
허락이라기보다, 기꺼이 주고 싶은 마음처럼 느껴졌다.
더운 햇빛 아래
잎을 하나하나 매만지며 클로버를 찾고 계시던 할머니.
나는 산책을 막 시작한 참이라
클로버가 더위에 시들까 걱정되어
손바닥에 조심스레 올리고 냇가를 걸었다.
아무 생각 없이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할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집에 와선 A4용지에 조심스레 올려 사진을 찍었다.
잎이 떨어지진 않았나 살펴보니,
다행히도 그대로 붙어 있었다.
그리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나 오늘 산책하다 클로버 받았어!” 하며
한참을 수다 떨었다.
시간이 많이 흘러, 다시 여름이 되고…
오늘, 그 클로버가 문득 생각났다.
책갈피에다 고이 넣어두었는데,
그 책이 어느 책인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아
몇 권의 책을 휘리릭 넘겨보았다.
책을 하나씩 꺼내 읽어봐야 찾을 수 있으려나.
그래서 글을 쓰다 말고,
문득 오래된 시집 한 권을 꺼내 들었다.
2018년 신춘문예 당선 시집.
오랜만에 시인들의 시를 천천히 읽어보려 한다.
이웃님이 보내준 책도 있고,
책장은 늘 나를 바라본다.
어서 읽어달라고 조용히 떼쓰듯이.
낭만이 사라졌을까.
예전엔 어디를 가든
가방에 꼭 책 한 권을 넣어 다녔는데,
이젠 그런 여유도,
정신도,
나를 챙겨볼 마음의 시간도
조금씩 줄어드는 듯하다.
그렇게,
그날의 행운은
어딘가에 꼭꼭 숨겨져 있다.
그리고 그 할머니도
그날 이후 다시 마주친 적이 없다.
하지만 그 미소와 그 장면은
몇 해가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잊히지 않는다.
아마—
그해 수술도 하고, 한동안 많이 아팠지만
그 따뜻한 미소와
자그마한 초록빛 행운 덕분에
그해의 아픔이
조금은 덜했으리라, 믿고 싶다.
가끔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면
그 할머니,
정말 사람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