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의 예술

밤의 연금술

by 정온

술잔을 들면

유리잔 속 아른한 빛이

나를 밤의 정적으로 이끈다


지친 하루를

가슴 깊이 불어넣고

오래 묵은 뜨거움을

단숨에 삼킨다


쓰디쓴 통증이 목을 타고 흐르면

비틀거리는 내 몸이

한 잔 술을 빚고

스미듯 마음의 빗장을 열어버린다


불꽃처럼 피어난 뜨거움이

차갑게 식은 나를 데우고

목덜미를 따라 천천히

사랑으로 나를 풀어놓는다


내 앞에 앉은

너의 얼굴이

불그스름해 보일 즈음


취한 건 술이 아니라

침묵 속에 묻어둔 사무침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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