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창가에서

by 정온

어둠이 내린 방

창문을 열고 서면

너의 이름이 바람 되어

스쳐간다


나는 한참을

그 바람에 기대어 서서

내 마음의 무덤 위에

하얀 들꽃을 본다


사랑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와

화려한 불꽃으로 타오르다

한 줌의 재로 흩어지듯


나의 가슴을 활활 태웠던

그 불꽃의 흔적이

아직도 시린 밤에 빛나고


너라는 기억의 창가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진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그립고,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