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벽에 대한 이미지는 무엇인가요?
"예전에는 누가 벽이 있다고 하면 '제가요?'라고 놀라서 되물었는데 요즘엔 '맞아요! 보셨어요?'라고 해요."
내 말에 언니가 웃음을 터트렸다. 15년 전에도 우린 벽에 대해 얘기했었다. 당시 언니는 나와 사람들에게 벽에 대한 이미지가 뭐냐고 물었다. 같은 단어로 다른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답이 다 제각각이라 매우 인상적이었다.
"제가 생각한 벽은 구멍이 숭숭 뚫린 울타리라 사람들이 넘어갈 수 있어요."
"제가 생각한 벽은 유리인데요?"
세상엔 참 다양한 벽이 있더라. 내가 생각하는 벽에는 문이 있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의 벽을 만나면 기쁘다. 자기 세계가 있는 사람이구나. 문을 찾아서 노크를 한다. 똑똑. 문을 열어주는 것은 애초에 당연한 게 아니다. 닫는 법만 아는 사람은 고립되지만, 여는 법만 아는 사람은 소진되기 때문이다. 문을 여는 일만큼이나 닫는 일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가 크면서 얻은 배움 중에 꽤나 중요한 것이 바로 이 거절을 다루는 감각이 아닐까. 처음 겪을 때는 청천벽력처럼 느껴졌던 거부가 나중에는 ‘그럴 수도 있지’ 의젓하게 수긍할 수 있는 일이 된다. 괜찮은 척이 아니라 진짜로 상대의 의사를 존중할 수 있었을 때, 나는 속으로 ‘내가 조금 컸구나’ 생각했더란다. 건강한 경계 안에서만 관계는 오래 유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