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우정에서 배운 것들로 더 진한 우정을 만들고 싶다
신성우의 <서시>를 듣고 있다. 문득 이 노래가 맴돌았다. 노래가 맴돈 건지, 네가 맴돈 건지 모르겠다. 이 노래를 함께 즐겨부르던 친구가 있었다. ‘너는 내가 되고 나도 네가 될 수 있었던 수많은 기억들. 내가 항상 여기 서있을게. 걷다가 지친 네가 나를 볼 수 있게. 저기 저 별 위에 그릴 거야. 내가 널 사랑하는 마음 볼 수 있게.’ 가사 하나하나가 그 시절의 너와 나다. 이제는 많이 흐릿해진 이 우정의 이별. 남자친구와 헤어져도 울지 않던 내가 길거리에 주저앉아 대성통곡했더란다. 20대를 전부 수놓은 그녀를, 오랫동안 그리워했었다. 네가 왜 내게 이별을 고했는지 모르나, 네가 그랬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다.
그녀가 아니고 나 혼자였다면 절대 할 수 없었던 기이한 행동들을 함께 많이도 했다. 제일 기억나는 건 역시, 발가벗고 강에 들어갔던 달밤이다. 그녀는 그런 걸 좋아했다. 나는 정말 추워서 금방 나왔는데, 친구는 바위 위에 올라가 공중제비돌기 3회전을 하며 다이빙 했다. 지금도 또렷하다. 얼굴에는 바깥 공기가 서늘하고, 물은 피부를 한올한올 감쌌다. 한 마리의 연한 물고기가 된 기분이었다. 길에서 아무 남자나 붙잡고 누가 더 오래 대화하는지 내기했던 적도 있고, 히치하이킹도 했었고, 버스킹도 했었다. 행동이 굼뜬 나를 답답해하면서도 자신과 반대되는 애먼 생각을 끊임없이 다 들어줬던 그녀, 너는 잘 지내고 있을까?
그녀가 내게 최종적으로 남긴 건 상처가 아니라 방향이었다. 때로 세상이 차가워질 때마다 그 달밤의 강을 떠올린다. 두려움과 자유가 맞닿아있던 그 물속에서, 나는 약동하는 심장을 느꼈다. 지금은 '내가 왜 그랬지' 머쓱할 정도로 절절했던 이 우정을 통해 알아냈다. 진짜 사랑은, 함께한 시간이 끝나도 여전히 나를 자라게 하더라. 사랑이라는 건 꼭 연인 사이에서만 피어나지 않더라. 그 정도로 그리워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나는 것도 더없는 기적이고 축복이더라. 서른 살에 썼던 목표 중에 ‘30대의 인생 친구를 만나기’가 있었는데, 사실 진짜로 이뤄질 줄은 몰랐다. 지난 우정에서 배운 것들로 더 진한 우정을 만들고 싶다. 30대의 인생 친구, 그녀의 별명은, 양파다. 눈물 날 정도로 매운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