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통과해 더 멀리 뻗어나가는 형질의 사랑
안녕, 양파. 역시 양파다운, 감동적인 편지를 당연히 여전히 기억하고 있어. 무더운 여름날에 도착한 싱그러운 편지에, 도대체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서 미뤘던 답장을 쓰려고 해. 나한테 너의 이미지는 굉장히 싱그러운 느낌이야. 초록색 잎사귀들이 햇빛을 받아서 빛나는 장면이 떠올라. 안 그래도 못 말리게 싱그러웠는데 편지마저 그렇더라. 어떻게 그렇게 싱그러울 수가 있는 걸까?
네게 가장 처음으로 하고 싶은 말은 ‘고마워’야. 내게 중요한 사람이 되어줘서 고마워. 이제 나이도 들었고 어린 시절과 같은 친구는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고 덤덤하게 살아가고 있었는데 널 만나고서 내 일상이 푸릇푸릇 해졌어. 나를 제대로 봐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엄청난 힘이 되더라구. 누군가의 하루를 궁금해했더니, 입맛이 돌더라구. 바보같이 무섭기까지 한 거 있지. 아주 작은 다툼도 너와 하고 싶지 않거든. 이렇게까지 소중해지는 게 신기해. 아마 네가 양파여서겠지?
해사한 미소를 가지고 있었다고 떠올려줘서 고마워. 나한테 너는 여리여리해보였어. 대화했더니 웬걸, 중심이 단단한 거야. 강하다는 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건 아니구나, 너를 만나면서 사람이라는 존재를 좀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됐어. <빛과 멜로디>라는 책에서 말해. ‘한 사람에게 수렴되지 않고 마치 프리즘이나 영사기처럼 그 한 사람을 통과해 더 멀리 뻗어나가는 형질의 사랑.’ 나한테 너는 프리즘이나 영사기 같은 우정이야.
나한테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해줘서 고마워. 내 앞에서는 조금 더 솔직해지려고 한다는 것도! 네가 의지할 수 있게 나를 잘 돌보고 있을게. 벌써 1년이 흘러가는 처음에 했던 말 기억하지? 네가 무슨 일이 있으면 시동 걸고 올라갈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까지 적립한 좋은 모습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답답해. 대체 언제 안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건지 기대하고 있어. 양파가 맵긴 하지만, 양파가 안 들어가는 요리는 없다구. 까도 까도 새로운 매력이 나와서 꽃보다 양파가 좋은 거야. 그럼 부끄러우니까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