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비에이 투어의 하이라이트, 크리스마스트리

나 홀로 삿포로 여행기

by 세모




비에이 투어의 하이라이트, 크리스마스트리


밥을 든든히 먹고 다시 시작된 비에이 투어. 비에이 투어 코스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바로 크리스마스트리다. 사람들이 비에이 하면 가장 많이 떠올리는 풍경이기도 한 대표적 장소다. 넓은 설원에 홀로 조용히 서 있는 나무. 생김새가 크리스마스트리와 비슷하다 하여 그렇게 불리고 있다.


맛있는 식사로 배도 부르고, 밖은 춥고 차 안은 따뜻하고. 스르르 눈꺼풀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눈도 볼 만큼 봤고 슬슬 익숙해져서 그런지 투어를 시작할 때 와는 마음가짐이 사뭇 달라졌다. 풍경 참 좋고 아름답긴 한데... 딱 한 시간만 자고 일어나서 다시 시작하면 안 될까요. 어느새 차 안은 조용해지고 가이드를 제외한 모두가 차의 움직임에 따라 한창 헤드뱅잉을 하고 있을 때.


“자 크리스마스트리 도착했습니다. 내리세요~”


제대로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차에서 내리자 완벽한 고요가 온몸을 감쌌다. 주변에 다른 투어버스가 하나도 없어서 그런지 그 어느 때 보다도 조용한 분위기에, 휘날리는 함박눈은 말이 없다. 크리스마스트리가 있는 곳은 사유지이기 때문에 들어갈 수가 없어 바깥에서만 열심히 풍경을 눈에 담았다. 어느새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낮춰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만큼 흰 설원과 홀로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크리스마스트리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슬슬 구경을 마치고 다들 하나 둘 사진을 찍기 시작하는데, 어쩐지 다들 똑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 첫 번째는 머리 위에 나무 올리기. 두 번째는 손 위에 나무 올리기. 세 번째 기타 등등 온갖 곳에 나무를 올리고 찍기. 하긴 삿포로 여행 사진을 볼 때 많이 본 포즈들이다. 내 사진을 많이 남기는 편은 아니지만, 나도 괜히 똑같은 사진을 찍어본다. 혼자 낑낑대며 손 위에 나무를 올려 셀카를 찍고 있자 애잔해 보였는지 다른 사람들이 와서 사진을 찍어준다. 머쓱하게 포즈를 취하고 결과물을 보니 제법 마음에 드는 게, 사람들이 다 그렇게 찍는 데에는 이유가 있나 보다.



다음 장소는 웅장한 흰 수염 폭포. 온천수가 흘러 아무리 추워도 절대 얼지 않는다고 한다. 온통 눈과 얼음이 잔뜩 쌓인 곳에서 김이 펄펄 나는 거대한 폭포를 본다는 건 정말 색다른 경험이다. 폭포 소리가 너무 커 아까와는 정반대로 목소리를 높여 소리치며 대화해야 했다. 난간에서 뜨거운 연기를 뿜어내는 폭포를 내려다보는데 이건... 생각보다... 꽤 무섭다. 나는 고소공포증이 꽤 심한 편이라, 초등학교 때는 정글짐 꼭대기도 못 올라갈 정도였다. 그런 내가 위에서 거대한 폭포를 내려다보니 꼭 떨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사진 열정을 뽐내시는 가이드님. 당시 최신형으로 바꿔 화질이 굉장히 좋았던 내 핸드폰 카메라에 감탄하며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어주신다.


“와 역시 인물사진 모드가 화질 최고라니까! 자 하나 둘 셋!”


사진 찍어주시는 건 감사한데요... 조금만 빨리 찍어주세요. 지금 저 무서워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8 인생 최고의 에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