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삿포로 여행기
여기 삿포로 맞는 거지? 2
숙소에서 눈 때문에 축축해진 몸을 대충 씻고 짐을 푼 뒤 삿포로의 첫날밤에 뭐라도 해야겠다는 사명감에 바깥으로 나왔다. 눈이 많이 와 멀리 가진 못하고 숙소에서 제일 가까운 다이마루 백화점을 들렀다.
나는 평소에 음식에 관심이 많다. 어릴 적부터 tv에서 고든 램지와 제이미 올리버의 푸드쇼를 보며 자랐고, 다른데 아껴도 먹는 데는 잘 아끼 않는다. 비록 요리는 못하지만 어디서 주워들은 것들은 꽤 있어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푸드마켓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일본은 편의점, 즉석식품 등이 유명하고 퀄리티가 높아 여행 가면 꼭 구경하는 편이다.
다이마루 백화점에서도 가장 먼저 푸드코너를 둘러보는데 멀리서부터 보이는 익숙한 빨간 색깔.. 설마 내가 아는 그 라면? 그 유명한 불닭볶음면이 엄청나게 많이 입구부터 쌓여있었다. 심지어 양은냄비와 세트상품으로! 정작 한국인인 나는 양은냄비를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물론 그 옆에는 까르보 불닭볶음면도 있었으며,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마라 불닭볶음면까지 있었다.
나는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지만 불닭볶음면만은 예외다. 예전에 한창 새로 나와 유행했을 때 한번 먹어봤었는데, 감당할 수 없는 매운맛에 큰 충격을 받고 한동안 입에 대지 않았었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꾸 슬그머니 생각나는 마약 같은 그것.. 먹고 나면 꼭 속이 쓰리고 화장실의 심판을 받게 되지만 끊을 수 없는 불닭볶음면. 나는 마라도 정말 좋아하는데, 마라 불닭볶음면이 한정판으로 출시되었을 때 구하기가 어려워 겨우겨우 한번 먹고 구경도 하지 못했었다.
한국에서는 한정판으로 판매했던 마라 불닭볶음면이 여기에는 이렇게 쌓여있단 말이야? 왠지 모를 억울함이 밀려왔다. 일본까지 와서 불닭볶음면을 사가기도 좀 그렇고... 저도 이거 먹고 싶단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