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앤디가 자신의 장난감을 하나씩 소개해주며 보니에게 보내주는 이 장면에 많은 이들이 울었고, 나 또한 그랬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내가 이 사람을 얼마나 많이 사랑하고 있었는지 문득 깨닫게 된다. 익숙함에 지나쳤던 감정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하며, 이 사랑의 온도를 실감한다. 장난감들이 앤디의 사랑을 의심했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이별의 순간에 앤디의 사랑은 생각보다 아주 컸음을 그들은 깨닫는다. 상대의 마음은 함부로 예측할 수 없다.
앤디의 곁을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했던 우디가 이별을 결심할 수 있었던 건 서로의 마음이 변해서가 아니라 그저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오는 이별이란걸 알게 되어서다. 흘러간 시간이 만들어낸 이별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렇게 영원한 건 없다는 것을 배우며 성장했다. 앤디와 장난감들의 이별을 보며 그동안 떠나보냈던 것들, 감춰두었던 그리움 그리고 지나간 시간을 마음껏 회상했다.
7살까지 살던 집에서 이사 가던 날, 짐을 챙겨 나서는 엄마, 아빠를 뒤로하고 언니와 쓰던 방을 한참 바라보고 나왔다. 지금이라면 휴대폰으로 사진을 남겼겠지만, 그땐 나에게 그럴 수 있는 도구가 하나 없었기 때문에 눈으로 다 담아두려는 마음으로 오랫동안 봤다. 그 덕에 지금까지 그 방이 눈에 선하다. 그 공간 속엔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친구들과의 추억과 날 놀아주던 장난감, 가족과의 시간이 모두 담아져 있었다. 그 집은 재개발로 인해 모두 없어지고 고층의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그래서 가끔 그 집을 떠올리면 이상하게 울렁거리며 슬프다. 영화를 보는 동안 그 감정을 고스란히 느꼈다.
10년 전, 이 영화를 봤을 땐 재미도 감동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잘 가, 나의 파트너”라는 대사를 들으며 엉엉 울어버리는 내가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렸음을 느꼈다. 앞으로도 많은 이별을 겪어야겠지만, 그럴 때마다 용기 내 “잘 가”라고 말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