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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롬실루엣 Jan 28. 2021

오늘도 헛기침만 했다.

임이랑 <아무튼,식물>

세상은 계속해서 달라진다. 한순간도 한자리에 멈춰 서 있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다는 사실에 불안해하기도 하고 안도하기도 한다. 식물을 좋아하는 취미가 오직 어른들만의 것으로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고, 그러다 갑자기 전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취미로 탈바꿈하기도 하는 것처럼 사람을 이루는 가치관이나 행동, 말버릇에 대한 판결도 달라진다.

내 삶 속에는 불편하다고 생각해왔지만 입 밖으로 꺼내기는 힘든 것들이 늘 있었다. 적당히 덮어두고 지나가기엔 억울했다. 그렇지만 어설프게 끄집어내봤자 긁어 부스럼이 되고 말거나 결국은 나만 상처를 받곤 했다. 그래서 계속해서 불편한 것들을 똑바로 마주하고, 괜찮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막는다. 똑바로 행간을 읽어낸다. 세상은 계속해서 달라진다.

-59p




아니라고 생각되는 일은 말하는 편이다. 말하기까지 망설이고 오랫동안 고민하지만, 결국 어떻게든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입 밖으로 안 나오지 못하는 알맹이들이 있다. 상대에게 큰 상처가 될까 봐 두려운 줄 알았는데, 사실 내가 상처 받을까 봐 겁이 났다. 애써서 말했지만, 상황이 하나도 달라지지 않을까 봐 겁이 났다. 그렇다고 불편함 앞에 불편하지 않은 척 하는 것도 싫고, 괜찮은 대인배인 척하는 것도 싫었다. 그 알맹이들을 빼기 위해 연극배우처럼 상황을 꾸려내 머릿속으로 상상해내지만, 어찌나 크고 굵던지 나올 생각이 없다. 


맞다. 세상은 계속해서 달라진다. 알맹이가 얼마나 크든 세상은 관심 없고 계속 달라진다. 이렇게나 무심하게 빠른 속도로 변하는데 왜 고작 내 알맹이 하나는 변하지도 않는 걸까. 


세상은 계속해서 달라지고, 나는 헛기침만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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