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 효과와 감흥에 대하여
사람은 평균 33살 이후로 신곡을 잘 듣지 않는다고 한다. 굳이 다른 노래를 찾지 않고 자신에게 익숙한 노래만을 듣게 되는 것도 일종의 ‘자물쇠 효과(Lock in Effect)’라고 한다.
나도 그런 나이가 됐나? 나도 아무 노력 없이 ‘어썸믹스 테잎’(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나오는 ‘끝내주는 음악 모음’)이 손에 척 하고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요즘 애플뮤직을 비롯해서 여러 서비스들이 내 정보를 스크레이핑 하고, 맞춤화를 통해 자동으로 추천해주긴 하지만.
새로운 걸 찾는 건 정말 피로한 일이다. 찾고, 선별해야 한다. 불편하고, 귀찮고, 투자 비용 대비 결과물도 완벽하지 않다. 그런 시행착오는 30대 이전에 끝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라면 ‘자물쇠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겠지.
나이를 먹는다는 건 정말 신기한 일이다. 사람이 자꾸 딱딱해진다. 나쁜 쪽으로. 살면 뭘 그렇게 살았다고 크게 느끼지도 않고, 마음이 움직이지도 않는다. 자물쇠를 걸어 잠궜다는 말이 딱 맞다. 그런데 도저히 열쇠를 못 찾겠다. 자물쇠만 걸린 게 아니라 문도 두꺼워지는 것 같다. 웬만해서는 문도 열리지 않고, 자물쇠도 찾지 않는다. 굳게 닫힌 문. 그건 일종의 방패 같기도 하다. 왜냐하면 크게 느끼면 느낀 만큼 힘드니까. 감동이 잦으려면, 슬픔에도 크게 일렁여야 한다. 슬픔을 감당하는 건 어렵다. 때론 너무 자주 슬픔에 감응되어 무뎌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가 딱딱해지는 쪽을 택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단단해지다’와 ‘딱딱해지다’는 비슷한데 어감이 다르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모두 다 단단해지는 건 아닐 텐데, 노력하지 않으면 쉽게 딱딱해져 버린다. 나는 그런 식으로 ‘단단하다’와 ‘딱딱하다’를 구별한다.
그리고 어쩌면 여행에 감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감흥이 떨어졌다는 말이 맞는 게 아닐까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쩌면 여행 같은 거, 생각보다 그냥 그렇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여행을 떠나는 건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일상에 자꾸만 딱딱해지니까. 감흥이 없더라도 조금은 덜 딱딱해졌으면 하고 말이다. 여행은 내가 단단해지거나 말랑해지기 위해 떠나는 거라 생각했는데, 겨우 덜 딱딱해지기 위해 떠난 것이었다니. 왠지 정말 김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