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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민 Dec 26. 2023

<당신으로부터> 제작일지

당신에게



당신으로부터

From You

신동민 / 2023 / 극영화/ DCP / 102분 / 흑백


시놉시스

세 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이 영화는 같은 듯 다른 인물들이 등장한다. 1부 민주는 의상학과 졸업반으로 졸업 전시를 앞두고 있다. 2부 승주는 오디션을 앞둔 배우 지망생이다. 3부 혜정과 아들 동민은 이들의 고향인 시골 마을 운천으로 향한다. 이들은 각 챕터의 끝에서 정체불명의 존재를 발견한다.


연출의도

어머니와 나는 두 편의 영화를 함께 만들었다. 두 편 모두 어머니는 본인 자신의 역을 소화했다. 영화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 끝에 내가 도달한 방식은 어머니의 소원을 이루어 드리는 것이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소원을 이루어 드리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


상영이력

2023년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서울독립영화제 장편경쟁 부문

무주산골영화제 창 부문




뭐라도 먹고 갈까?


엄마는 이곳이 아빠가 말한 한탄강이라 했다 이곳이 맞는데, 맞아, 여기, 여기서 낚시할 때 가장 행복했대 다리를 한번 둘러보고는 내려가는 길이 없다고 했다 아니 사라졌다고 했다 여기가 맞는데, 바로 저기야, 난간 아래로 얼어붙은 강이 보였다

한참을 돌아 두 다리에 도착했다 여기도 내려가는 길은 없었다 강도 흐르지 않았다 이야 죽인다, 진짜 멋있던데, 거기다 뿌린 거야?, 절벽에 얼음이 위로 나있네, 멋있다, 보니까 물을 올려서 뿌렸네 자연적으로 언 것 같지는 않아, 운전대를 잡은 삼촌이 말했다, 가자 이제


결국 아빠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했다 강에 뿌리면 물귀신이 된다는 고모의 말이 생각나 차라리 잘 됐다 싶었다 아무도 오르지 않을 만한 샛길 계단 옆이었다 정말 여기 뿌려도 돼?, 그냥 하자, 힘들다, 엄마는 작은 나무를 가리켰다 저거 기억해둬, 저 나무 바로 앞이야

뭐라도 먹고 갈까?, 오늘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 매운탕이나 먹을까, 어때?, 그래도 좀, 먹어야지, 가는데 한참인데, 뭐라도 먹고 가자, 그래?, 그래도, 그럼 가서 먹자, 창밖으로 짬뽕집이 보였다 아빠가 나무가 되는 생각을 하다가 깜빡 졸았다 나무가 되는 데 얼마나 걸릴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오늘은 비가 오지 말았으면 했다 아니다 차라리 비가 왔으면 좋겠다 아빠가 산 아래로 쓸려 내려가 강이 되었으면 좋겠다 물귀신이 되겠지만 본인이 원하는 대로 딱히 이러나저러나 실은 뭐라도 먹고 싶었다



*당신을 뿌리고 메모장에 적어두었던 시와 한탄강 사진




                                                                    1.


 태어나 단 한 번도 아버지라 부른 적이 없기에 당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이해 부탁드립니다. 당신은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죽으면 장례는 하지 말고 한탄강에 뿌려 달라 이야기 했습니다. 우리는 또 돈이 필요해서 저러나보다 하고 웃어넘겼습니다. 한 달 뒤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이내 전화가 끊어지고 문자가 왔습니다. “성일이 형이야, 아빠 돌아가셨다. 연락 줘” 문자를 보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엄마, 아빠 죽었대” 그렇게 당신을 10년 만에 장례식장에서 만났습니다.


 동생은 당신의 장례식장에 오지 않았습니다. 야간 편의점 알바를 끝내고 피곤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저와는 다르게 동생은 당신과 가끔 교류가 있었습니다. 당신의 집에서 가끔 잠을 자기도 하고 당신의 새 아내와 인사를 하기도 했을 테죠. 동생이 술에 취해 세탁기에 토를 한 재밌는 이야기는 전해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생은 당신의 장례식장에 가지 않았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릅니다. 사실 저도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상주는 화장실이 급해도 자리를 비우면 안 된다는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할 뿐이었습니다.


 사람은 많이 오지 않았습니다. 한동안 아무도 당신을 보러 오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아무도 오지 않아 엄마는 화가 났던 모양입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렸습니다. 엄마가 당신의 친구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나중에야 엄마는 제게 속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당신에게 미안하라고 사람들을 불렀다고요. 당신을 미워하는 사람도 왔을 테고,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도 왔을 테죠. 아마 미워하는 사람이 많았을지도 몰라요. 당신이 아릅답게만 산 것은 아니니까. 당신과 이혼한 새 아내도 장례식장에 왔었어요. 상주인 나와 인사를 나눴겠지만 저는 얼굴을 몰라 알아볼 수 없었죠.


 장례식장에서 있었던 일들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얼떨결에 상주가 된 저는 내가 왜 상주일까 생각했습니다. 첫째라서 그럴까요? 딱히 눈물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나저나 당신은 원래 말랐던 걸까요? 아니면 사람이 죽으면 다 그렇게 되는 걸까요? 감고 있던 두 눈은 편히 잠든 모습이었습니다. 누워있는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내가 당신을 많이 닮았구나 생각했습니다. 특히 두상이 말이죠. 얼마 전 부터는 제 손톱의 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어린 시절 당신의 손톱에서 보았던 것 같은 그 각진 줄 말이에요.


 엄마는 기어코 당신의 집을 치우겠다고 했어요. 부엌이 있는 작은 지하방이었죠. 서랍 위 안과에서 받은 약봉투를 보고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눈이 아팠나 보군요. 밥통에는 밥이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더군요. 삼촌은 옷장에 걸린 밀리터리 자켓이 마음에 들었나봐요. 몇 번 입어보고는 자기한테 잘 어울리니 가져간다고 하더군요. 삼촌은 물건 몇 개를 더 챙겨갔어요. 이해해줄 수 있죠? 삼촌은 장례식장에서 그 누구보다 많이 울었던 사람이니까요. 아마 당신도 들었으리라 생각해요. 삼촌은 당신의 면도기 속 털을 보며 네 아빠 여기 있다며 웃었습니다. 솔직히 웃겼어요. 미안하지만 좀 웃겠습니다.


 엄마에게 한 이야기는 잘 들었어요. 바람이 아니라 두 번째 와이프를 만난 거라는 말이요. 정말 기가 차더군요. 근데 말이죠. 이상하게도 이제는 당신의 말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어요. 엄마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당신 제법 로맨틱한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그날 기억해요? 우리가 살던 시골마을은 고무가 깨질 정도로 정말 추웠죠. 저는 동생과 잠들어 있었어요. 방으로 들어온 당신은 왜이리 춥냐며 온 동네를 뒤져 기름을 구해 보일러를 틀어줬죠. 시골마을이라 밤늦게 기름을 구할 곳도 없었을 텐데 말이죠. 당신도 가끔은 멋있는 사람이었어요.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한탄강에 있나요? 불에 탄 그 자리에 있나요? 아니면 어디에도 없나요? 그것도 아니라면 어디에나 있는 걸까요? 엄마 꿈에는 이제 그만 나왔으면 좋겠어요. 좋은 일이던 그렇지 않던 간에요. 저는 당신 꿈을 꾼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아요. 근데 이상해요. 왜 자꾸 당신이 보이는 것만 같죠? 당신의 얼굴은 흐릿해져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당신이 느껴져요. 당신이 살아있을 때도 느끼지 못한 걸 이제야 느끼네요. 그냥 당신이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이제야 인사하네요. 안녕.





                                                                    2.


 방금 당신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기분이 좋아 맥주를 마시고 있다고요. 잘 지내고 있죠? 당신을 본지도 시간이 좀 되었네요. 마음 아픈 일이 있어 새벽에 까미를 보러 갔어요. 당신은 자고 있었죠. 마음이 복잡해 다시 집으로 돌아왔어요. 문득 아빠가 다른 여자를 만나고 밤마다 울던 당신의 모습이 기억났어요. 고치처럼 고꾸라진 모습을요. 당신에게 미안하다는 말이 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그때 당신에게 전화가 걸려왔죠. "무슨 일 있니?"하고요. 태어나 처음으로 당신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던 것 같아요. 당신 앞에서 운 것도 처음이었죠. 비록 전화기였지만 말이에요.


 지금까지 당신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으면서 어떻게 영화를 찍었나 싶어요. 벌써 당신과 영화를 3편이나 찍었네요. 영화를 찍을수록 내가 실수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괜한 기억과 시간을 끄집어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내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기에 당신을 내세우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요. 내가 당신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건 아니겠죠? 왠지 그런 것 같아 머리가 복잡하네요.


 이번 영화는 망했다고 당신이 말했어요. 재미가 없다고요. 그래도 다행이에요. 당신에게 딸을 만들어 줄 수 있어서. 당신에게 아빠와 마지막 대화를 나누게 할 수 있어서. 또 당신을 부자로 만들 수 있어서요. 저번 영화가 끝나고 다음에는 부잣집 사모님 역할로 나오고 싶다고 했죠? 그래서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야지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은 부자와 어울리지 않더라고요. 미안합니다. 도저히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어요. 그래도 부자가 되긴 했잖아요?


 내가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요.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옆에서 바라보는 일이 전부라는 걸 느끼고 있어요. 저는 당신이 굳건히 지켜온 시간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당신을 바꾸려고 했던 것 같아요. 아빠를 잊지 못하는 것도. 술에 의지하는 것도 또 담배를 피우는 것도 말이에요. 당신이 암에 걸린 적이 있어 계속해서 보험에 집착하는 것도 말이죠. 집착이라는 단어를 써서 미안해요. 처음에는 그렇게 느꼈어요. 당신에게는 말 그대로 유일한 삶의 보험이겠지만요.


 나는 당신이 깨어있는 모습보다 잠든 모습을 더 많이 본 것 같아요. 우리가 시간이 달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당신의 몸이 약해진 탓이 크겠죠. 저는 당신이 걱정돼요. 몸은 괜찮나요? 또 마음은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평생 당신과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당신에 대해 저는 아무것도 모르네요. 그저 부끄러울 뿐이에요. 이제야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것도 부끄러워요. 다시 한 번 미안합니다.





                                                                    3.


 사실 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말할 수 있는 건 제가 거쳐 온 과정뿐인 것 같습니다. 영화는 단순하지만 여러 이유로 시작되었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영화로 찍고 싶었습니다. 어머니와 대화하는 장면을요. 둘이 대화하는 장면을 처음으로 떠올렸습니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무슨 말이 듣고 싶었을까? 이들이 나누는 대화가 궁금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꿈에 자주 나오십니다. 주로 배가 고프다는 이야기를 하셨던 것 같아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 생활고를 겪었기 때문에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머니가 가진 마음의 짐일지도 모릅니다. 강이 얼어붙어 저희는 아버지를 한탄강에 뿌리지 못했습니다. 강가 옆 계단에 유골가루를 뿌리고 돌아왔습니다. 아무도 믿지 않을만한 곳이었습니다.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요. 사실 유언을 지키기 위해 그곳에 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강에 뿌리면 더 이상 찾아갈 곳이 없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3년 동안 그곳에 가지 않은 것 같아요. 기일마다 어머니는 한탄강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했지만요. 그때마다 우리가 갈 곳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만나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이제는 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신기한 것 같습니다.


 동시에 예전에 들었던 귀신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동생이 밥을 먹으며 예전에 살았던 곳에서 본 갓난아기 귀신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때 엄마가 말했습니다. “너도 봤냐?” 저는 보지 못했지만 10년이 지난 대화에서 두 사람이 같은 것을 봤다니 믿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벽을 기어 다니던 그 아이들은 왜 그곳에 나타났을까요? 저는 그 아이들이 제 형제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형과 누나였을 수도 있고, 동생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왠지 모를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가 아니라 그들이 태어났다면 어떤 모습으로 자랐을까 궁금했습니다. 혹시 그 아이들이 어머니가 갖고 싶어 했던 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그렇게 어머니의 딸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인물을 구상했습니다. 영화 속 1부의 민주 역(강민주 배우)와 2부의 승주 역(이금주 배우)가 그렇습니다. 항상 그래왔듯 영화를 핑계 삼아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만나러 갔습니다. 민주 배우님 그리고 금주 배우님과 함께요. 어머니와 전 이들에게 저희가 살던 고향을 소개시켜주었습니다. 저희가 처음 살았던 집부터 마지막으로 살았던 집까지요. 어떤 집은 불에 타 새까맣게 그을리고, 다른 집은 터만 남은 채로 집이 사라졌습니다. 어머니가 데려가던 성당에도 들어갔습니다. 어릴 적 기억 속에 크게만 느껴졌던 성당이 이제는 참 작더군요. 하루 동안 시골마을에서 우리가 거쳐 온 시간들을 배우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지막은 아버지를 뿌린 장소였습니다. 가는 길에 막걸리 사는 것을 까먹어 조금 고생을 했습니다. 이날의 기억을 바탕으로 영화를 구성했습니다.


 1부에 등장하는 민주 배우님은 실제로 의상을 전공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영화의 첫 장면은 옷을 만드는 장면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등장하는 학생들은 실제 민주 배우님의 학교 동기들입니다. 무언가를 만든다는 행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함께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분위기였습니다. 처음에는 민주로부터 시작하지만 친구들이 화면 안으로 하나씩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고 들리지 않았던 것들이 들리기 시작하기를 원했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영화를 통해 민주 배우님과 친구들의 졸업사진을 찍어주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2부에서 좋아하는 장면은 카페에서 큰 아버지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장면입니다. 금주 배우님 상대역으로 비전문배우 솔씨를 섭외했습니다. 솔씨는 금주 배우님의 언니로 둘은 실제 자매입니다. 영화를 보는 이들로 하여금 금주씨와 솔씨가 닮아있다고 느끼기를 원했습니다. 쉽게 재현할 수 없는 금주 배우님과 솔씨의 관계가 영화에 드러나 촬영을 하며 행복했습니다. 사진관에서 가족사진을 찍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제 영화가 가족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을 다루기 때문이 아니라 가족이 나오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가족의 의미 그 자체에는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3부에서 제가 등장한 이유는 수행적 태도라기보다 한 화면에 어머니와 함께 있고 싶었습니다. 저는 어머니와 함께 사진을 찍은 적이 별로 없습니다. 영화를 통해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이제는 즐거운 것 같습니다. 이렇게라도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영화를 찍는 순간들이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이제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는 하나의 방법이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찍은 영화를 보며 어머니와 제가 참 많이 닮아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얼굴도 그렇고 몸의 생김새도 그랬습니다. 말하는 방식도요. 참 신기한 것 같습니다. 서로 닮아있다는 것이 말이에요.

                                                                                                                            



물의 이야기


차가운 물에 들어갔다 나온 당신의 손은 거칠었다

어째서인지 당신 곁은 자주가지 않아 어색하지만

당신을 좇아 달려가면 고요하고 따듯한 물과 마주한다


투명한 물에 비친 내 두발을 보고 있으면

당신은 어느새 가슴팍까지 오는 깊고 차가운 물속에

나는 깊은 물속이 무서웠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따듯한 바위에 앉아 당신과 이야기를 나눈다


언제나 따듯한 볕에서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영화에서 낭송되는 이금주 배우님의 시와 화천 백운계곡 사진

                                                                       


                                                                                                                               신동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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