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일기
최근에 2주 챌린지를 시작했다. 나의 목표는 2주의 기간 동안 총 10편의 글을 쓰는 것이다. 오늘은 24년 1월 18일 목요일, 2주 챌린지의 마지막 주이다. 10편 중 6편의 글을 썼고, 오늘 이 단상 일기를 포함하면 총 7편의 글을 쓴 셈이다. 꾸준히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 날에는 이전에 짧게 썼던 메모 두 개를 다듬고 하나를 더 써 세편의 글을 적었다. 그리곤 브런치에 가입해 3개의 글을 저장하고 바로 작가 신청을 했다.
나는 특별할 것 같지 않은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마주하도록 기록하고 쓰는 일을 좋아한다. 무탈하게 흘러가는 보통의 하루를 바라면서 ’그래도 조금은‘ 특별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타인이 나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 줄수도 있지만 스스로 특별하게 만들어 나가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삶을 기록하는 것을 좋아한다.
글을 쓸 때 ’뭐라도 쓰자‘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아무것도 쓸 수 없다. 머릿속의 생각은 뒤엉켜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조차도 모를 때가 많고, 그것을 어떻게 글로 풀어내야 할지 감도 오지 않는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에는 자신이 없단 뜻이다. 대신 파생되는 것을 캐치하는 것에는 자신 있다. 무심코 눈에 들어온 풍경이 머릿속에 남아 생각으로 이어질 때, 친구와 나눈 대화에서 유독 하나의 단어가 계속 떠오를 때, 샤워하며 하는 상상이 유난히 즐거울 때. 그럴 때면 당장이라도 쓰고 싶어 핸드폰 메모장을 켜거나, 작은 노트에 옮겨 적는다. 샤워하고 있을 때면 생각이 휘발되는 것이 싫어 계속해서 떠올랐던 문장을 마음속으로 되풀이하고, 샤워가 끝나면 곧바로 메모장에 적어 둔다. 그렇게 쓴 글은 길지 않다. 길어봐야 메모장 한 페이지 정도다. 대부분은 한 줄 정도의 길이라, 나의 아이폰에는 제목만 적힌 메모가 많다.
사랑은 원래 촌스러워서 유행을 타지 않아
그림자가 자꾸 나를 따라와
차가운 세상입니다
지평선에 담긴 마음
위에 네 개의 문장은 작년부터 적혀있었지만 한 줄인 상태 그대로다. 가끔 메모장을 내리다 제목만 남아있는 메모를 발견할 때면 즐겁다. 왜 그런지 자세히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어느 날 저 문장을 읽었을 때 ‘파칭’ 하고 떠오르는 이야기가 즐거울 것임을 알기 때문일 거다. 언젠가 찾아올 분명한 즐거움을 확신하니까.
최근 2주 챌린지를 하면서 다섯 번째의 글을 쓸 때까지는 진심으로 즐거웠다. 문제는 여섯 번째의 글이었다. 사실 지난주부터 몸이 좋지 않았다. 연초에 감기에 걸렸는데 이번 감기는 얄궂은 상태로 2주째 나한테 붙어있다. 게다가 이 감기는 나에게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날에 시작된 것 같아 아픈 것보다 속상한 마음이 더 크다. 몸이 무거우니 마음도 자꾸만 무거워졌다. 그래도 글을 쓸 때면 즐거웠고, 무엇보다 쓰고 싶었다. 특히 <사선에서>를 쓸 때는 후련했다. 내가 쓴 글 중에서 가장 솔직한 마음으로 썼기 때문이었을 거다. 그러니까, 나는 ’솔직한 나의 이야기‘를 쓸 때 즐거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여섯 번째 글을 쓰는 날에는 즐거움보다는 답답함이 컸다. 챌린지를 시작한 건 ’꾸준히‘ 쓰는 연습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록에 대한 지속력을 기르고 싶었다. 하지만, 여섯 번째의 글을 쓰는 날에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딱히 떠오르는 생각도 없었다. 그럼에도 쓰는 연습을 하고 싶어 메모장을 켰지만 억지로 쓴 글은 티가 났다. 꾸역꾸역 챌린지를 할 정도의 글을 썼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보통의 나는 글을 쓰면 바로 발행을 누른다. ‘아마추어 러브 클럽’의 마음으로 쓰는 글이므로 발행 후에 여러 번 읽어보다 더 마음에 드는 문장으로 수정하는 것 역시 즐겁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섯 번째 글은 도무지 올리고 싶지 않았다.
1월 8일에 2주 챌린지를 시작했고 오늘은 1월 18일이다. 목요일인 오늘을 포함하면 금, 토, 일 총 4일이 남았다. 남은 기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써야 챌린지가 성공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조급해져서 오늘은 뭘 쓰지? 하는 고민에 빠졌었다. ‘뭐라도 쓰자’는 마음으로 쓰는 글은 싫다. 억지로 쓰기는 싫은데 챌린지는 성공하고 싶은 아이러니한 마음이 스트레스가 되기 전에,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본다.
쓰고 싶은 게 뭐예요? 쓰고 싶은 이유는 뭔데요?
내가 쓰고 싶은 것은 ’멋‘있는 글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멋‘있는 글은 ’솔직하게 나의 이야기를 하는 글‘이다.
쓰고 싶은 이유는 <즐거움>. K-직장인의 일-집-일-집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는 기분, 오묘한 해방감, 나의 삶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 수요 없는 공급일지라도 내가 즐거우면 장땡! 이게 내가 쓰고 싶어 쓰는 이유다.
이렇게 생각하니 일곱 번째 글이 술술 써진다. 쓰고 싶은 이유를 떠올리며 쓰고 싶은 것을 쓰는 일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이쯤에서 챌린지를 시작한 목적을 꼬집어볼 필요가 있다. 꾸준히 글 쓰는 것은 나에게 어울리는 목표가 아니다. 나는 쓰는 즐거움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기록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남은 금, 토, 일요일엔 글을 쓰지 않을 수도 있다. 억지로 쓰고 싶지 않다면 나는 챌린지를 실패해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이번주 챌린지가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이건 챌린지를 실패할 것 같으니 찾아본 그럴싸한 변명일지도 모른다. 아무렴 뭐 어때. 내가 쓰기 싫고, 억지로 쓴 글은 마음에 들지 않아 읽어보면 짜증이 나는 걸. 그렇다면 쓰지 않아야지. 글이 쓰기 싫을 때는 대신 책을 읽을 것이다. 그러면 또 파생되는 생각에 글이 쓰고 싶어질 테니까. 나는 나를 잘 아는 사람이니, 나의 마음을 잘 살펴서 글 쓰는 즐거움을 잃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된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