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두렵지만 더듬어 나아가본다
이제 우리는 제법
친해진 줄 알았는데
관계란,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전부 다 알 수는 없고
꾸준히 시련과 극복을 반복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오늘은 또 무슨 영법을
얼마나 하려나, 하는 생각으로
샤워장을 나왔다.
강사님은 뜻밖의
새로운 과제를 꺼내셨다.
"오늘은 잠영을 해볼게요!"
호흡을 하거나
침을 꿀꺽 삼키는,
평소에는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반복하던 일들은
의식하게 되는 순간부터는
고장 난 로봇처럼 그 리듬을 잃는다.
그냥 출발해 버렸다면
꽤 갈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숨을 참고 끝까지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 생각을 하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물속 출발은 자신이 있었는데,
평소에
숨을 얼마나 들이쉬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겁먹은 마음에 숨을 한껏 들이마셨다.
"출발!"
고요해서 물이 좋았다고 했는데,
그날따라 유독
그 고요함이 숨 막히는 침묵이 되어
나는 아무것도 없는
무한의 어둠을 향하는 것 같았다.
잡념을 떨칠 수 있어서 물속이 좋았는데,
온갖 생각들이 물거품처럼 일어나
나는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제까지 가야 하지?'
'왜 끝이 없지?'
'숨이 막히는 것 같은데?'
'좀만 더 가볼까?'
'아니, 그냥 포기하자.'
강사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뒤통수를 꺼내며
나의 첫 잠영은 실패했다.
완벽한 첫 실패는
다음의 도전을 주저하게 만든다.
일단 출발은 했지만,
첫 번째의 기록에 미치지 못했다.
휴.
오히려 뒷순번 분들은 연달아 성공하셨다.
기뻐하시는 얼굴을 보며
부러웠다.
나도 환하게 웃고 싶어!
실패가 이어지는 나날들이
계속되었다.
조금만 더 가면 됐는데,
앞을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자꾸만 내 발끝을 붙잡았다.
그냥 가다 보면 끝이 있기 마련인데.
그러던 어느 날,
오리발데이에 잠영을 다시 하게 됐다.
아, 롱핀을 신었어야 했는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고,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벽을 찼다.
확실히 오리발 버프를 받아
속도가 붙었고,
잡념이 시작되는 구간이
어디였는지도 모르게 지나갔다.
그냥 편안하게 가자.
편안하게.
오?!
바닥에 끝을 알리는 T가 보였다.
와!!!!
비록 온전한 맨몸으로는
아니었지만
25m 잠영에 성공했다!!!
다시 한번의 새로운 희열이
머리꼭지에서 폭죽이 되어 터졌다.
와, 처음으로 끝까지 왔어! 팡팡~!!!!
여전히 맨발로는
완벽한 성공에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더 나를 믿을 수 있게 되었다.
두려움과 편안함은 한 끗 차이라는 걸 안다.
여전히 내게 잠영은 두려움이지만
다시 한번 편안한 고요가 될 때까지
나는 멈추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