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이면서도 정확한 사고 능력 기르기
비즈니스의 문제와 결부된 브랜드/마케팅/광고의 영역에서 새롭고 참신한 생각 만으로는 설득적인 산출물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창의적이면서도 정확한 사고 능력을 갖는 것은 중요합니다. 얼핏 보기에는 상충되어 보이는 사고 방식이지만 사실 진짜 전문가들은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방법을 찾아냅니다.
클라이언트/비즈니스의 여러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프로젝트라면 이러한 사고 능력은 더욱 중요해지는데요. 오늘은 뇌가 사고하는 방식과 연결해서 창의적이면서 정확한 문제 해결을 하는 방법을 함께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당신이 어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뇌를 여러 생각 상자들이 가득 찬 하나의 창고라고 본다면, 당신의 뇌 상자는 어떤 상태일까요?
이렇게 복잡하고 정신 없는 상태는 아닌가요?
이렇게 너무나 고려할 요소들이 많고, 결론이나 해결책은 좀처럼 내기 어려운 상태일 때 인간이 생각하고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힘을 발휘합니다. 특히 논리적인 체계와 단계적인 사고 만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 복잡성이 높은 문제나 창의성을 요구하는 문제일 때 더욱 효과적이죠.
행동경제학의 거장 다니엘 카너먼이 말하는 우리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은 System 1과 2로 나누어지고, 1은 빠르지만 부정확한 직관, 2는 느리지만 정확한 이성으로 구분됩니다. 예를 들어 키보드를 칠 때 보지 않고 빠르게 타자를 누르는 것은 1, 보면서 천천히 정확히 누르는 것은 2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System 1의 효율적 정보 처리 방식을 선호하기에 처음에는 System 2를 사용하더라도 어느 순간에는 System 1로 전환시키려는 시도를 하게 됩니다.
자 우선 첫번째 해야 할 일, 고삐 풀린 말처럼 달려가는 생각을 잠시 멈추어야 합니다. 관성에 젖어 그저 하던대로 하고, 직관에 의지해 불안정한 정보에 기대 잘못된 의사결정이나 판단을 하지 않도록요.
처음부터 다시, 천천히 생각해야 해요. 글로 적는 것은 Slow Thinking을 하게 만드는 좋은 장치입니다. 글을 쓰는 속도가 생각의 속도보다 느리기 때문에 결론으로 달려나가려 하는 야생마 같은 직관을 멈추게 하고, 좀 더 차분히 생각할 수 있게 해주죠.
다만 모든 것을 이 첫번째 단계에서 끝내려 해서는 안됩니다. 이 단계는 본격적인 목표를 향한 공격을 위한 그저 Set-up이에요. 실제 공격까지 가서는 안됩니다. 지금 다루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기 위해 정리해보는 단계입니다.
이 일을 왜 하는지, 무엇을 달성해야 하는지, 해결에는 어떤 허들이 있는지, 상황을 차분하고 정확하게 정리해봐야 합니다.
이 때, 주요하게 해보면 좋은 질문이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정말 명확하게 나누어 보는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생각보다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관성적 사고), 그러한 잘못된 Set-up이 좋은 문제해결을 방해할 때가 많아요.
또한 다른 것을 포기하면서도 성취해야 할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지를 정의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현실의 문제들은 여러 요건들이 상반되는 경우가 많고 이 때 어떤 부분들은 포기해야만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런 우선순위 판단을 통해 집중해야 하는 대상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아까 농구의 예시로 돌아가면, 이런 상황인 것입니다. 코트를 바라보며 골대는 어디에 있고, 어떤 크기고, 다른 선수들은 어디에 위치하고,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차분히 생각해보는 것이죠. 이를 통해 불필요한 생각들은 주변으로 보내고 목표에 집중하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이 Set-up을 통한 공간이 이후 단계의 사고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의 넓이가 됩니다. 간결하지만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느낌이 필요해요. 문제 해결의 조건들을 잘 충족하면서도 새로운 생각들을 하기 위해서 최대치의 공간이 필요하게 되니까요.
정리가 명확히 되었다면, 이제 Fast thinking이 나설 차례입니다.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주세요. 앞에서의 Set-up을 통해 당신의 생각이 달려나갈 수 있는 트랙이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염려 마세요. 앞에서의 정의가 정확했다면 당신의 생각이 잘못된 방향으로 달려가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당신의 앞에 수비(문제)가 있고, 이를 돌파할 방법들은 찾아야 합니다. 지금부터는 최대한 빨리 생각하고, 시도하는 것이 필요해요.
문제 해결책에 대한 첫번째 Draft를 최대한 빠르게 만들어보세요. 시간에 제약을 걸어도 좋습니다. 어짜피 한번의 Draft로 문제를 마무리하진 않을 겁니다. 그러니 빠르게 하는데 더 집중해보세요. 일종의 타임어택 류 게임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져보는 것도 좋습니다. 완전한 안을 만드는 것보다는 시간을 지키는 것에 더 집중해보세요.
제한된 시간이 되었나요? 완성이 되었을 수도, 그렇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걱정 마세요. 완성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자,이제 잠깐 쉬어야 해요. 생각을 골똘히 하다보면, 방해요소들이 당신의 사고를 좁혀오고 처음 만들어두었던 Spacing이 줄어들어갈 겁니다. 그러면 더 좋은 안을 만들기가 어렵고 처음 안을 고집하게 될 수도 있어요. 완성 여부를 떠나 미련 없이 Break를 가지세요.
다른 공간을 잠시 다녀와도 좋고 다른 일을 잠시 해봐도 좋아요. 짧게는 10분 길게는 하루나 며칠이 되어도 좋습니다. 당신이 Break를 가진 동안에도 뇌는 쉬지 않아요. 당신이 고민했던 정보들을 무의식 속에서 정리하고 있죠. 그리고 다른 일이나 행동을 하는 동안 받은 자극들이 서로 영향을 주며 상호작용 하고 있습니다.
Break를 마쳤다면 다시 생각을 시작하세요. 전보다 좀 더 재밌는 새로운 생각들이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아이디어의 수를 최대한 늘려보세요. 어떤 연구에 따르면 창의적인 사람들이 가진 공통점은 아이디어의 질이 아니라 양이었다고 합니다. 더 많은 시도에서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옵니다. 휴식과 타임 어택을 반복하고 여러가지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세요. 중요한 일일 수록 더 반복하면 좋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나 아예 다른 일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이 자극들도 직관의 재료가 되어 더 좋은 해결책을 찾는데 도움을 줄테니까요.
평소에 고민하던 일에 대한 해결책이 갑자기 떠오른 적 있으세요? 화장실이나 잠깐의 산책이나 뭔가 변화가 있을 때요. 내가 무언가를 엄청 생각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그것이 무의식의 힘이자 System 1의 잠재력입니다.
같은 원리로 동일한 시간을 사용하더라도 생각의 시작은 빨리 완료는 늦게 잡아두는 것이 창의적 문제해결을 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직접 생각하는 시간이 적은 것일 뿐 그 중간의 틈에서도 무의식적 사고는 작동하고 있어요. 이 Break는 일종의 시간적 Spacing이라 할 수 있는데, 문제 정의를 하는 공간적 Spacing과 협력하여 우리의 문제 해결을 도와줄 것입니다.
여러 안들을 생각해보았다면 이제 최선의 선택을 찾을 차례입니다. 다시 Slow thinking이 활약할 순간이 되었네요.
처음 정의한 Set-up에 잘 맞는 안이 어떤 것인지, 더 중요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안은 어떤 것인지, 체크해보고 최선의 안을 선택하세요. 각 안을 선택했을 때의 기대효과와 Side effect를 Simulation 해보세요.
마음에 드는 안이 아닌 가장 효과적인 안을 선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Review 단계에서 Slow Thinking을 다시 한번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자유롭게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더 논리적으로 단단하게 만들어주세요. 부족했던 디테일을 보완하고 약점을 줄여나가세요.
우리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잘 이해하고, 그에 맞는 환경을 세팅하면 당신의 잠재력은 더할나위 없이 커집니다. 생각이 뛰어놀 수 있는 명확하고 여유있는 공간을 세팅하고 그 곳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사고를 통해 새로운 생각과 가능성은 열리게 될 것 입니다.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명쾌하게 풀어낼 수 있는 기획/디자인을 만들어내고자 한다면 이러한 사고법을 꼭 연습해보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