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섭 Apr 25. 2022

[왜] 놀라게 해야 하나

새로운 개념을 이해하게 하는 방법 2편, 놀라게 하기

새로운 개념을 소개하는 방법 중 범주화 중심의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 지난 1편에 이어, 오늘은 "놀라게 하기" 중심으로 사람들이 새로운 개념에 관심을 갖고 이해하게 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지난 1편에서 언급했듯이, 범주화 중심의 방법은 사람들의 필요에서 시작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기존에 크게 관심이나 필요를 느끼지 못한 대상에 대해서는 범주화 시도 자체를 유도하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지요. 이럴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순서를 바꾸어 "놀라게 하기"를 우선해 시도하여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관심을 끌고, 그 이후에 범주화와 해석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놀라게 하기 - 범주화시키기 - 해석시키기



놀라게 하기가 필요한 상황들은 보통 이미 만들어진 내용을 잘 연관시켜서 전달하는 상황보다는, 내용 자체를 놀라게 하기를 목표로 하고 설계하는 상황인 경우가 많습니다. 해서, 어떤 적합한 전달 방식을 설명하기보다는 아이데이션을 하는 방법 자체를 소개하려 합니다. 자세한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기 전에, 먼저 놀란다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전에서 '놀라다'를 찾아보면 크게 아래와 같은 정의들을 볼 수 있습니다.


뜻밖의 일에 가슴이 뛰고 당황하다

뛰어나거나 신기해 감동하다

어처구니가 없거나 기가 막히다 


부정적인 반응과 긍정적인 반응으로 나누어지지만 공통적으로는 '예상을 벗어난 어떤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즉, 의외성이 놀람의 기본 조건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위 정의에서도 예상할 수 있듯이 무작정 의외적인 것을 전달한다면 어처구니 없거나 당황에 그치며 사람들을 설득하기보다는 배척하게 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적당히 의외적인' 것입니다. 조금 다른 말로 하면 익숙한 것에 기반하되 어떤 특정한 부분들을 변하게 해야 불편함보다는 놀라움이 더 큰 의외성을 만들 수 있습니다. 분명히 익숙한 부분에서 출발하지만 기존에 알고 있거나 생각했던 어떤 것과 다름이 느껴질 때 사람들은 신기해하거나 감동하게 됩니다. 




적당한 의외성을 만들어내는 방법



적당한 의외성을 만들어내는 방법으로, 저는 창의적인 사고를 위한 체크리스트 기법인 SCAMPER를  활용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 방법은 미국의 광고회사 BBDO사의 최고경영자였던 오스본(Alex F. Osborn)이 1950년대에 개발한 체크리스트법을 보완하여 1971년에 발전시킨 것인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익숙한 어떤 것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창의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기법입니다. 


Substitute : 기존의 것의 일부를 대체하면 어떻게 될까?

Combine : 기존의 것을 서로 결합하면 어떻게 될까?

Adapt : 기존의 것을 각색(변형)하면 어떻게 될까?

Modify / Magnify / Minify : 구조나 형태를 수정/확대/축소할 수 없을까?

Put to other use :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을까?

Eliminate : 일부를 제거해보면 어떻게 될까?

Rearrange - Reverse : 다르게, 거꾸로 재배치해볼까? 


위와 같이 각 알파벳 첫자로 시작하는 질문을 기존의 어떤 개념에 던져 변형해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 있는 어떤 개념과 컨셉, 스토리를 떠올렸다면 자연스럽게 놀라게 하기 중심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 수 있게 되겠지요. 제가 실제로 참여하거나 기획한 프로젝트 두가지를 함께 소개하면서 활용되는 방식을 살펴보겠습니다. 



정보 제거하기 (Eliminate)


보통 티징(Teasing) 한다고도 말하는 정보 제거하기는 전체의 정보에서 일부를 제거해, 사람들에게 궁금증과 집중도를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광고 업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기법 중 하나이기도 하지요. 제가 기획했던 작업 중 국제앰네스티와 진행한 '이상한 재판'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보려 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기후 위기에 심각성을 직접 판사가 되어 재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인터랙티브 비디오 방식의 참여형 캠페인인데, 기후와 같은 단어를 타이틀에 사용하지 않고 '이상한' 재판이라는 말만 주어서 호기심을 유도했습니다. 



서로 다른 기존의 것 결합하기 (Combine), 용도 바꾸기 (Other use) 


마지막으로 기존에 서로 관계가 없어보이는 두가지를 연결하면서 어떤 물건의 용도를 바꾸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창작 방식의 예시입니다. 아래는 제가 기획한 후원을 하면 옷핀 Safety Pin 모양의 반지를 제공하는 유니세프의 Promise 캠페인입니다. 후원을 통한 어린이 구호와 옷핀 얼핏 생각하면 서로 다르게 느껴지는 두가지지만, "안전"의 의미를 담은 옷핀의 형상, 약속을 의미하는 반지를 통해 어린이를 안전하게 지켜주기로 약속한 사람들의 상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후원이라는 무형의 참여를 유형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것을 연결하는 시도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다시 범주화와 해석을 해야 하는데? 


놀라게 해서 관심을 다 이끌고, 사람들이 주목하게 했는데 왜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시 범주화가 등장해야 할까요? 그리고 왜 다시 해석을 하게 만들어야 할까요? 


기본적으로 놀란다는 것은 감정입니다. 감정은 우리의 의사결정에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결정 자체를 정의하진 못하고 결정을 유도하는 장치로만 기능합니다. 위 소개한 제가 작업한 두 프로젝트도 그냥 신기한 것에 머물렀다면 그 의미가 퇴색되었을 것입니다. 이름은 이상한 재판이지만, 본질은 기후 위기에 대한 참여와 교육인 것이고, 형태는 반지지만, 후원 참여가 본질인 것입니다. 


결국 관심을 갖는 것은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관심을 가져서 그것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고자 한다면 새로운 놀라움을 준 그것이 결국 보는 사람에게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는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광고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그 콘텐츠를 기억하게 할 지언정 정작 알려야할 제품과 브랜드를 알리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늘 경계해야 합니다. 




처음과 끝이 통하도록


가장 처음 사람들을 끌어당길 놀람의 요소와 종국의 알려줘야하는 내용의 핵심이 서로 통할 수록 컨셉과 커뮤니케이션은 더욱 강력해집니다. 이 글의 제목은 왜 놀라게 해야 하는지이지만, 결국 놀란 다음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이죠. 


사실 이게 정말 쉽지 않은 것이어서 이렇게 말하는 저도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치열하게 고민해서 찾아내는 수밖에 없겠죠. 정말 성공적으로 사람들에게 나의 컨셉을 이해시키려면 말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왜] 함께해야 하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