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이었던 포테토칩이 13% 올라 1700원이 됐다. 1200원이었던 예감은 20% 올라 1500원이 됐다. 쑥쑥 올라가는 물가.. 이것은 나를 불안의 불구덩이로 내던졌다. 모아둔 돈을 까먹기만 하며 지내는 취준생으로서, 물가가 계속 오른다는 건 내가 일과 취준을 병행해야 할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뭐 일이야 하면 된다. 하면 되는데.. 아무래도 거기까지 가지 않는 게 베스트긴 한 것이다.
이 불안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까. 근본적으로는 내가 거지가 되기 전에 얼른 취업을 해내면 됐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라는 말이 붙은 방법들이 으레 그렇듯, 지금 당장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해결책이었다. 애초에 정말 근본적이려면 취업을 해낸다, 에서 멈출 필요도 없지 않나. 근본적으로 이 자본주의 체제를 타파하고 취업이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드는 건 어떨까. 그렇다면 나는 혁명의 낫과 망치를 들고 이 불안을 박살내야 할까. 그런 건 어디서 팔지. 그것도 가격이 올랐으려나.
나는 보다 즉각적으로 이 불안을 누그러뜨릴 방법, 그러니까 조금 더 천천히 가난해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봤다. 하지만 지출을 줄일 획기적인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이미 획기적으로 살고 있었다. 대학을 졸업한 지도 꽤 됐지만 다시 하숙집에 기어들어와 주거와 끼니를 해결하고(이보다 저렴할 순 없다), 다이소 최저가 생필품들로 생활을 떠받치는, 그러니까 이미 허리띠를 한껏 졸라맨 채였다. 여기서 한 칸을 더 조이려면 아래쪽 갈비뼈 몇 대를 뽑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남은 방법은 하나였다. 자금을 더 확보하는 것. 나는 물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내 작은 방을 훑었다. 안타깝게도 팔 만한 것들은 벌써 예전에 당근되어 멸종 상태였다. 지금 딱히 필요하진 않고 돈으로 바꿀 만한 거.. 당근으로 사 온 듀오백 위에서 세상을 빙글빙글 돌려대며, 나는 그렇게 중얼댔다.
오래 중얼거릴 필요는 없었다. 건강뿐이었다. 정신 건강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었지만, 내 신체만큼은 필요 이상으로 건강했다. 뭔가가 잘못돼 조금 덜 건강해진대도 아마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없을 것이었다. 그래, 건강을 돈으로 좀 바꿔보자.
그러니까, 그저 생동성 알바를 하게 됐다는 이야기였다. 예전에 한 번 해본 적이 있었다. 갑자기 치과에 갈 일이 생겨서였다. 골다공증 약을 먹고 피를 스물일곱 번 뽑힌 뒤에 110만 원인가를 받았다. 이번에 지원한 알바도 조건은 비슷했다. 치매약이라는 점이 좀 걸리긴 했지만. 뭐.. 아무래도.
아무튼 피라도 팔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후아, 이제야 좀 안심이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