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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무화과 창업 일기 19

무화과 무화과 무화과

by 도라

1.

올해 첫 무화과를 받아봤다.

다정한 무화과 레터와 함께 예약주문자의 기다리는 마음을 달래주는 무화과 농장으로부터 그제 택배가 왔다.


무화과는 어렸을 적 자주 먹는 과일이었는데 서울에 올라가 자취를 시작하면서부터는 먹기 힘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무화과는 남부 지방에서 주로 생산되는데 금방 무르는 과일이라 유통이 어려워 서울 쪽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었던 거였다.

엄마는 그런 나를 위해 무화과 철에 상경하실 때면 플라스틱 통에 무화과를 꾹꾹 채워오시곤 했다.


이제 전국구 유통이 발달해 멀어서 못 먹는 것은 거의 없다.

물러질까 알알이 정성스레 포장되어 있는 무화과를 어제 무사히 받았다.

철마다 무화과도 판매해야지.


2.

가족과 맛있게 나눠 먹고서 그동안 팔로우만 해두었던 무화과 관련 업체들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위치와 협업 가능성, 매입 가능한 가격대 등을 찾아 정리했다.

나는 뭐든지 하나 빠지면 그 키워드 중심으로 이것저것 찾아보는 편인데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우연한 만남들을 사랑한다!


그런 우연이 쌓이고 걸러져 취향이 된다.

그 취향이 방문하는 이들에게 공감을 일으킬 수 있도록 애써보고 있다.


무화과를 염두에 두고 큰 항목을 세운 뒤 항목별로 자체 진행 가능한 것들과 협업 가능한 것들을 노트에 정리해보았다.

항목들은 다음과 같다.


- 큐레이션 주제와 매입할 책 목록

- 행사

- 강의

- 판매상품

- 커피&디저트

- 인테리어


항목마다 정리된 내용들은 아직은 희망사항들과 미정으로 채워져 있기에 확정이 될 때마다 하나씩 일기에 올려야겠다.


3.

어제는 책장 배달을 위해 용달 기사분과 현장에 가서 견적을 받아왔다.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이 더위에 무거운 책장들을 여러 개씩 업어 옮기시는 걸 떠올려보니 그저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장에는 어린이 청소년 섹션도 있을 것이다.

어제는 큰딸이 스무 권 정도의 추천사를 순식간에 써서 보내주었다.

예전 작은도서관 운영을 할 때에 우리 도서관에는 청소년 사서들이 있어 그림책에 추천사를 적어 붙여두곤 했는데 그걸 보고 책을 읽던 아이가 이제 책방을 위해 추천사를 쓴다.

시간이 흘렀고 아이는 허투루 자라지 않았다.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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