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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무화과 창업 일기 23

관련 서적 읽기 : [열다, 책방] by 열다지기 김은철

by 도라

인천에 위치한 열다책방의 김은철 책방지기님께서 열다책방의 시작 전, 후를 기록하신 책이다.


열다책방 자체 출판사인 오리너구리의 첫 번째 책이기도 하다. 24년도 말에 오리너구리의 두 번째 책 [한 달에 두 번, 우리는 글 쓰는 식구가 됩니다]도 출간한 것으로 보아 꾸준히 출판으로도 활동 중이신 것 같다.


작가님은 처음 읽었던 책으로 과학앨범을 기억했고, 기억에 남는 어린 시절 책으로 부모님께서 사주셨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뽑는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자식을 위해 애쓴 그 마음은 공부를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으로도 남았지만 책에 대한 애정 어린 기억도 남겼을 것이다.


나의 부모님 역시 빠듯한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구입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으셨다.

특히 위인전을 많이 가져다주셨는데, 한 번은 누가 쓰레기통에 위인전집을 엄청 버렸다며 같이 가서 들고 온 적도 있다.

집에 돌아와 잔뜩 때 탄 낡은 책 표지들을 하나하나 걸레로 닦으시던 기쁜 얼굴의 젊은 엄마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이후로 책을 아주 좋아하는 성인으로 자라나... 지는 못하고 중간에 많은 공백기가 있었고, 지금도 다독 가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힘들 때마다 내가 쉽게 붙들 수 있었고, 나를 가장 단단히 붙들어 준 것은 책이었다.

방황할 때마다 돌고 돌아서 다시 책으로 돌아오는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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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은 건축회사에서 일을 하다 자아를 찾기 위해 행복을 찾았고, 행복을 찾아 책방을 여셨다.

대부분의 책방지기들이 그렇게 시작한다. 나도 같다.

나는 무교지만 가끔씩 책에는 종교 같은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책방지기들은 각자의 교회를 세우는 것이다.

그 각각이 느낀 아름다움, 위로, 깨달음 등등을 공유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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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책방 창업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부분에서는, 특히 책장 사이즈에 대해서 mm 단위로 고민하고 제작을 하는 부분에서 건축학도의 저력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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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을 향한 애정에 대한 부분도 많은 공감이 갔다.

뭔가 더 공부를 많이 하고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에 인문과학서적만을 읽었던 시기가 있었다.

읽어도 읽어도 모르는 것들만 가득한 지식의 바다에서 허우적대고 있을 때, 개개인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는 것이 부표처럼 날 붙들어 줬다.


다른 이의 삶을 책 너머로 함께 공유받게 될 때, 그렇게 다시 살아가고 나아갈 힘을 얻나 보다.

그 삶을 독립출판물에서는 돋보기로 들여다보듯이 볼 수 있고, 책을 통해 작가의 삶을 사랑하게 되면서 나의 삶 또한 다시 보듬어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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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버앤페이버에서 책을 구매하려 카운터로 가져갔더니 사장님께서 가만히 양해를 구하셨다.

"제 아이들을 떠나보내는 기분이 들어서요. 사진 한 장만 남겨둬도 될까요?"

사장님께서는 판매되는 모든 책의 마지막 모습을 남기신다고 하셨다.


열다책방 사장님께서도 책이 팔려나갈 때 반가우면서도 아쉬운 마음을 남겨두셨다.

절판은 정말.. 눈가가 촉촉해질 만도!


가을 즈음에 인천에 가게 될 듯한데 그때 열다책방을 포함해서 책에 적혀 있는 인천의 책방들을 둘러보는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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