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책방 탐방 : 아직독립못한책방(서울 마포구)
지난 토요일, 가장 가보고 싶었던 책방에 다녀왔다.
공덕동의 약국 안 책방, 푸른약국 안 아직독립못한책방이다.
책방지기님의 책을 정말 재밌게 읽었기도 했고, 자동차공업사 안 책방을 꿈꾸는 사람으로서 약국 안의 책방이 무척 궁금했다.
약국 문을 열고 막 들어갔을 때, 약을 기다리는 아이 동반 손님들 너머로 분쇄기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같이 간 우리 집 삼 남매에게 각자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씩 고르게 하고 책장을 찬찬히 살펴봤다.
약국 한편에 이렇게 많은 책들을 전시할 수 있다니!
지기님의 책을 향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아독방을 사랑하는 방문객들의 메모로 가득 메워진 보드가 약국 구역과 책방 구역을 나누는 파티션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림책을 비롯해 그래픽노블류도 많아서 어린이 청소년들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그건 아이들과 나, 우리 넷이서 각자 고른 책 목록에서도 볼 수 있다.
나는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인 체험].
첫째는 [호러 미스터리 컬렉션](.. 중2한테 까불면 안 된다...)
둘째는 [파리대왕]의 그래픽노블 버전(엄마 지갑을 여는 방법을 아는 녀석..)
셋째는 [수학도둑 41권]과 텐텐!!!(약국 방문은 늘 텐텐엔딩이지..)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삼 남매를 데리고 방문했던 책방 중 셋 모두가 가장 만족한 책방이 되었다.
아이들이 고른 책을 약국소파에 앉아 제각각 읽는 동안 사장님과 잠깐 얘기를 나눴다.
사장님께서는 서가가 예쁘지 못해 아쉽다셨지만 개인적으로는 약국의 분위기와 책의 진열이 위화감 없이 어우러지고 있어 보기 좋았다.
냄새도 그렇다. 약국 특유의 약 냄새와 책 냄새.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두 가지가 묘하게 어우러져서 공간을 더 흥미롭게 만들었다.
감기 걸려서, 어딘가 아파서 찾은 곳에서 책과의 우연한 만남을 가질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엄마 손 잡고 찾은 약국에서 텐텐과 함께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살 수 있다면, 누군가의 유년시절에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도착하자마자 화장실 급한 둘째를 데리고 나갔다 오느라 인사도 제대로 못 드리고 나중엔 아이들 것까지 총 4병의 비타민 음료를 받아서 신세를 저버리고..
왠지 무척 수줍어서 대화를 잘 못 잇고 애꿎은 땀만 뻘뻘 흘리며 뭐라고 사 올걸.... 하고 나와서 차에 시동을 걸고 다음 장소로 출발을 하려는데..
그때서야 생각이 난 것이다.
화장실 때문에 들렀던 카페에서 사장님 한잔 나 한잔 테이크아웃 주문을 해두었던 아아 두 잔이.........
언젠가 지인 따라 카페에서 만난 용한 어느 분의 말씀이 다시 들려오는 듯...
"멀티가 안돼!! 한 가지만 해야 해!! 육아면 육아. 일이면 일!!"
깨닫고 그대로 굳어버린 엄마를 정성껏 위로하는 아이들...
"에이!! 괜찮아 엄마!! 엄마가 그러는 거 한두 번도 아닌데 머!!"
다음에 박훌륭님을 만난다면 더 매끄러운 대화를 애써보리..
아아도 결코 잊지 않으리 다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