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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무화과 창업일기 28

내가 천하무적이 될 때

by 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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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끝났다.

개학 이틀째를 맞은 막내에게 오랜만에 학교를 찾은 기분을 물었더니 돌아앉지도 않고 뒷모습으로 답한다.


"좋았어. 친구들도 보고 선생님도 보고.

근데 엄마랑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서 속상했어."


샤워하는 본인 옆에 있어 달라고 하는 둘째 딸에게 씻을 때 누가 같이 있으면 안심이 돼?라고 물으니 답한다.


"엄마가 옆에 있으면 나는 무적이야.

아무것도 겁나는 게 없어. 천하무적!"


어쩌다 이런 행운이 우리에게 찾아왔을까. 착하게 살아야 돼, 우리. 저녁밥을 마치고 남편과 둘이 앉아 이런 얘기를 종종 나눈다. 아이들이 우리를 키웠다고. 우리가 아이들을 용서한 날보다 아이들이 우리를 용서한 날들이 더 많을 거라고.


책과의 연결고리를 다시 이어준 것도 아이들이다.

큰딸이 책을 무척 좋아해 그림책을 침대 곁에 쌓아두고 새벽까지 뒹굴뒹굴거리며 읽었다.

읽을 책을 모으다 보니 책장이 하나둘 늘었고, 동네 엄마들에게 필요한 책을 한 권 두 권 빌려주다 작은도서관을 열게 되었다.

그리고 남편의 일을 돕다 아이들의 지지와 응원으로 사무실에 앉아 책방 창업일기를 쓰고 있다.


공업사 한편에는 책방을 열면 쓰려고 미리 모아둔 책방용품들이 쌓여가고, 구입하려고 장바구니에 담아 둔 책들도 꽤 모였는데, 정작 책방이 들어설 공간의 공사가 끝나지 않아 실질적인 진전이 나가질 못하고 있다. 늦어도 초여름에는 끝났어야 할 공사가 아직까지도 마무리가 되지 않아 처음으로 내용증명이라는 것을 보내보기도 했다.


시간은 기다려주는 법이 없어 벌써 여름방학이 오고 가고 더위도 한풀 꺾였는데, 9월 책방 오픈은 외려 가물가물해지고 있다. 카페 오픈 후 따게 될까 걱정했던 바리스타 자격증도 어느새 시험이 다음 주다.


완공이 떨어지지 않더라도 아독방처럼 고객대기실 한편에 책방을 여는 것으로, 무화과 철이 다 가기 전에, 가장 사랑하는 계절인 가을 중에 책방을 여는 것으로 마음을 다독인다.


걱정을 해도 달라질 것은 없고, 남편과 아이들이 있고, 겁낼 것 없으니까, 나는 천하무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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