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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무화과 창업일기 27

동네 책방 탐방 : 애월책방 이다(제주 제주시)

by 도라

이번 제주여행의 숙소는 애월이었다.

근처 귀덕바다에서 투명카약을 탈 수 있다고 해서 아침 일찍 나섰는데 고 근처에서 반가운 애월책방 이다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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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 일반 가정 주택 같아서 자칫 지나치기 쉽다. 웃고 있는 입구 간판을 발견했다면 당신은 성공한 것.

계단을 올라서면 '나는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글귀가 방문객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며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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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책방 이다의 분위기는 서낭나무를 떠올리게 한다.

사장님께서 손수 적으신 추천사들, 그리고 수없는 필사 종이들.

방문객들이 직접 소원을 적어 매달 수도 있기에 그 분위기가 더해진다.


잠시 현실이 아닌 어느 중간세계에 들어선 것만 같다.

아무 대화 없이도 이 공간이 방문객을 환영하고 있고, 무슨 고민을 안고 왔든지 마음을 어루만져주며 위로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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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께서는 원래 인테리어를 하셨다고 한다. 사장님의 전 인테리어 작?들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책방은 정~말 일거리가 많아요.'라고 웃으시는데 이곳에 가보면 그렇게 말씀하시는 이유를 더더군다나 직접 볼 수 있다.

추천사와 포스트잇이 붙은 샘플책만 보아도 그 수고로움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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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책방 이다는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특별한 공간에 왔다고 생각하게 된다.

힘든 날에 가면 주루룩 놓인 책 표지들만 봐도 혼자 가만히 눈물을 쏟고 오게 될지도 모르겠다.


남편과 아이와 고른 책을 각자 계산하고 나오려는데 사장님께서 나무 막대를 하나 뽑으라고 내미셨다.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말을 뽑게 될 거라고 하셨다.

뜻밖의 뽑기 기회에 마냥 행복했는데 뽑고 나니 용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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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무막대 뽑기는 사장님 해석까지가 한 세트다.

사장님께선 막대에 적힌 글귀를 읽어주시더니 책방 준비를 하며 다른 유명한 책방들과 비교되어 가끔은 주눅 들고, 자기 자신이 못나 보일 때가 있을 거라며 그럴 때 스스로가 자신의 편이 되어주라고 말씀하셨다.


차로 돌아와 막대를 꼭 쥐고 한번 더 말을 되새겨 보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마음'을 주제로 큐레이션을 하신다는 사장님의 말이 다시 한번 되새겨진다.

지금 마음이, 생각이 어지럽다면 애월책방 이다 방문을 강력 추천한다!


+

예전부터 생각해 왔지만 이번 여행에서 확실히 느끼게 된 건, 책방에 머무는 시간을 더 넉넉히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질문은 많고, 책장은 더 살펴보고 싶은데 틈을 내어 찾는 2~30분으로 부족할 때가 많다.

다른 책들에 담긴 책방 방문 후기들을 보며 카메라가 더 좋았다면, 인터뷰 형식으로 더 디테일하게 대화를 나누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매번 든다.


잠을 좀 덜 자고 책을 더 읽었더라면, 그때 좀 쉬지 말고 집안일을 해두었다면, 항상 가정은 쉽고, 자책은 달콤하다.

내가 낼 수 있는 에너지만큼! 방만하지 않되 자책하지 않기로 그렇게 오늘의 마음을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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