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책방 탐방 : 애월책방 이다(제주 제주시)
이번 제주여행의 숙소는 애월이었다.
근처 귀덕바다에서 투명카약을 탈 수 있다고 해서 아침 일찍 나섰는데 고 근처에서 반가운 애월책방 이다를 만났다.
건물이 일반 가정 주택 같아서 자칫 지나치기 쉽다. 웃고 있는 입구 간판을 발견했다면 당신은 성공한 것.
계단을 올라서면 '나는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글귀가 방문객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며 환영한다.
전체적인 책방 이다의 분위기는 서낭나무를 떠올리게 한다.
사장님께서 손수 적으신 추천사들, 그리고 수없는 필사 종이들.
방문객들이 직접 소원을 적어 매달 수도 있기에 그 분위기가 더해진다.
잠시 현실이 아닌 어느 중간세계에 들어선 것만 같다.
아무 대화 없이도 이 공간이 방문객을 환영하고 있고, 무슨 고민을 안고 왔든지 마음을 어루만져주며 위로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장님께서는 원래 인테리어를 하셨다고 한다. 사장님의 전 인테리어 작?들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책방은 정~말 일거리가 많아요.'라고 웃으시는데 이곳에 가보면 그렇게 말씀하시는 이유를 더더군다나 직접 볼 수 있다.
추천사와 포스트잇이 붙은 샘플책만 보아도 그 수고로움이 느껴진다.
애월책방 이다는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특별한 공간에 왔다고 생각하게 된다.
힘든 날에 가면 주루룩 놓인 책 표지들만 봐도 혼자 가만히 눈물을 쏟고 오게 될지도 모르겠다.
남편과 아이와 고른 책을 각자 계산하고 나오려는데 사장님께서 나무 막대를 하나 뽑으라고 내미셨다.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말을 뽑게 될 거라고 하셨다.
뜻밖의 뽑기 기회에 마냥 행복했는데 뽑고 나니 용하기까지 했다.
이 나무막대 뽑기는 사장님 해석까지가 한 세트다.
사장님께선 막대에 적힌 글귀를 읽어주시더니 책방 준비를 하며 다른 유명한 책방들과 비교되어 가끔은 주눅 들고, 자기 자신이 못나 보일 때가 있을 거라며 그럴 때 스스로가 자신의 편이 되어주라고 말씀하셨다.
차로 돌아와 막대를 꼭 쥐고 한번 더 말을 되새겨 보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마음'을 주제로 큐레이션을 하신다는 사장님의 말이 다시 한번 되새겨진다.
지금 마음이, 생각이 어지럽다면 애월책방 이다 방문을 강력 추천한다!
+
예전부터 생각해 왔지만 이번 여행에서 확실히 느끼게 된 건, 책방에 머무는 시간을 더 넉넉히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질문은 많고, 책장은 더 살펴보고 싶은데 틈을 내어 찾는 2~30분으로 부족할 때가 많다.
다른 책들에 담긴 책방 방문 후기들을 보며 카메라가 더 좋았다면, 인터뷰 형식으로 더 디테일하게 대화를 나누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매번 든다.
잠을 좀 덜 자고 책을 더 읽었더라면, 그때 좀 쉬지 말고 집안일을 해두었다면, 항상 가정은 쉽고, 자책은 달콤하다.
내가 낼 수 있는 에너지만큼! 방만하지 않되 자책하지 않기로 그렇게 오늘의 마음을 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