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지 마세요 책방
출근을 해보니 여수에 사는 친구로부터 택배 박스가 와 있다. 얼마 전 친구가 서울에 딸아이를 데리고 여행 왔을 때 함께 만나 저녁 식사를 했었는데, 다음날 서울에서 피코북스 생각이 나 몇 가지를 샀다며 택배로 보내준 것이다.
손편지와 대학로 공연 티켓까지 보내준 친구의 마음에 청승맞게 눈가가 붉어졌다. 책방을 가오픈이라도 하고 나면 후련하고 더 기운이 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힘이 쭉 빠졌다. 이것도 저것도 하고픈데 아직은 어렵겠네, 이 책도 저 책도 들이고픈데 아직은 어렵겠지. 일지에는 어디까지 적어도 되는 것일까? 이런 것까지 적어도 될까? 하는 생각들만 어지러이 떠다니며 쉽게 전처럼 글을 쓰지 못했다. 결국 내 이야기보다 남의 이야기를 더 쉽게 써버리는 나의 얄팍한 마음만 들여다보았다.
그러고선 멀리서도 주문을 넣어주고 선물을 보내주는 그 마음들이 쌓여 다람쥐 세 마리 앞에서, 아름다운 무화과 엽서 앞에서 결국 울컥하고 만 것이다. 늘 미소를 잃지 않는 친구의 온화한 얼굴이 하늘에 두둥실 떠오르며 '다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내가 보고 싶은) 환상도 떠올렸다..
"책방 열었어! 나 창업했어!"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씩씩하게 외치고선, 찾아오겠다고 하면 "오지 마. 정식으로 오픈하면 와!"하고 극구 방문을 거절하고 있다. 그래서 아직 오지 마세요 책방이 되었다. 그러고선 매일 사무실에 출근해서 노트북 앞에 앉아 회계 서류를 작성하고 이것저것 잡무를 보다 틈틈이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을 주로 구매한다. 거기서 소소한 행복감을 느낀다. '처음부터 돈을 벌려고 연게 아니네. 그냥 읽고 싶은 책들을 실컷 사고 싶었던 거네!' 하는 말들이 마음을 막 비집고 나온다.
요 며칠 사이 아이들이 왠지 '엄마, 자조적이라는 게 무슨 뜻이야?'라고 돌아가며 물어보았는데 요즘의 나 자신이 아주 좋은 예였다.. 적고 나니 조금 힘이 나서 할 일을 올려본다.
- 플래그 섹션 안내문 만들기
- 인테리어 도면 그리기
- 책 소개할 방식 정하기
- 대기실 안에 들일 책장 더 알아보기
- 작은 책 시리즈 찾아보고 주문하기
적고 보니 별게 없다. 읽고, 생각하고, 움직이기. 다만 내 속도로. 너무 자조적이지는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