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즐거움

글을 셋 짓다

by 프로기

photo by Sungmin Yun


밤새 비가 오고 난 뒤, 일요일 새벽 5시쯤 몽롱하게 창문을 열었을 때.

차갑고 맑은 공기에 당신이 널어놓은 빨래의 피죤 냄새가 섞여 있을 때.


매미 소리 들리는 여름 밤 10시쯤 선풍기 틀어놓고 TV볼 때.

수박 한 쪽 잘라서 건네려고 얼굴을 들어 보는 순간 당신 웃음이 천진난만할 때.


밖에 눈이 쌓이는 날 엉덩이가 뜨듯하도록 난방을 틀어놓고 있을 때.

귤 바구니 옆에다 두고 우리 둘이 깔깔대며 TV를 같이 볼 때.

주방에서 고구마 굽는 냄새도 솔솔 풍겨올 때.


휴일에 늦잠자지 않고 일찍 눈이 떠졌을 때.

괜히 생산적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아침 일찍 나가서 이제 막 문 연 카페에서 커피향을 들이마실 때.


올해 들어 최고 온도라는 여름 날, 에어컨 쎄-게 틀어놓고 이불 덮고 있을 때.

머리 맡에 창문까지 열어두고 영화 틀어놓고 볼 때.

못된 아이로 돌아간 기분을 낄 때.


나는 우리만의 OST를 부르고, 당신은 내 노래를 가만히 들어줄 때.

지금처럼 둘이 킬킬댈 때.


그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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