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넷 짓다
제시어: 1시간
제목: 1시간 남았다
강 약 약 중강 약 약 강 약. 멈추고 다시. 박자감이 자꾸만 흐트러진다. 마음은 점점 초조해진다.
나는 꼬박 6년을 준비했다. 또 노래를 하네, 쟤도 불러대네. 너 정도는 흔하다는 듯한 눈길을 수도 없이 받았다. 하지만 음악은 내게 숙명이었기에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노래를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운명이었다. 박자감을 익히고, 호흡을 배우며, 나만의 소리를 찾기 위해 애썼다.
[참가자들 모두 정렬하십시오. 여러분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정확히 14일, 다시 말해 336시간입니다. 그 안에 당신의 끼를 발산하세요!]
난 또래에서 드문 음색을 갖고 있었다. 큰 소리를 내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신에 특유의 읊조리듯 잔잔한 감성을 찾았다. 우리 땅끝마을에서는 알아주는 실력이었고, 칭찬에 날개를 달고 마침내 어두운 그곳을 빠져나왔다. 이제 모두 나를 주목하리라. 내 음악소리가 세상을 가득 메우리라. 뭔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세상은 내가 지나온 인고의 시간엔 관심조차 없었다. 눈에 띄어야만 했고, 보여지는 것만 평가받는 시스템이다. 빠르고 강하고 자극적인 음악이어야 그나마 들어줬다. 음악에 목숨 건 처지는 나말고도 많았다. 무려 17년동안 준비했다는 미국 출신도 보았다. 5~7년씩 준비한 아이들이 즐비했다. 목숨을 건 전쟁이었다. 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서로 악을 써대기 시작했다.
[참가자 여러분, 이제 1시간 남았습니다.]
마지막이구나. 쓰르씁빠- 쓰르리루빠- 스캣까지 넣어가며 한껏 화려하게 부르기 시작했다.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멈출 수가 없었다. BPM을 점점 더 빠르게, 잘하지 않던 바이브레이션도 죽을 힘을 다해 떨었다. 가성은 집어치우고 진성으로 악을 썼다. 온 몸이 휘쳥였다. 탁. 뭔가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정신이 혼미했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내가 어떤 시간을 지나서 날개를 달았는데, 다들 나한테 잘 될거라고 했는데. 아직 끝나.. 면.. 안되는데 ...
툭. 잎파리 많은 나무에 매달려있던 나는 떨어지고 말았다. 깜깜한 풀숲으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아! 야, 머리 때리지마.”
“나무에서 매미 죽은 거 떨어진거야 병신아.”
“오, 운 좋다!! 맞아도 매미한테 맞냐. 오늘 잘 풀릴듯!”
두 어린 학생은 내가 더럽다는듯 나를 얹짢게 쳐다본다. 뒤에 멘 기타, 옆에 낀 드럼스틱. 음악을 하는 학생들인가보지. 나는 다시 날아올랐다. 그리고 힘없이 툭 떨어졌다. 날개가 파리하게 떨렸고, 몸이 굳었다.
[서바이벌 오디션 참가자들 모두 정렬해 주세요. 카메라 돌면 싸인 드릴게요. 다같이 구호 외치고, 참가번호 순서대로 입장하겠습니다.]
“오, 시작이다. 우리 그래도 본선은 나가겠지?”
“우리 음악 정도면 괜찮지.”
음악을 한다는 수 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귀가 쨍하도록 시끄러운 친구들의,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늦여름의 서늘한 공기를 타고 퍼진다. 맴..맴.... 나는 마지막 울음을 울었다.